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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대 해부실습 체험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4.02.23 11:06 568

 

 

임상의학 수업이 시작되면서 해부 지식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특히 PBL 시간에 임상표현의 병태생리 기전을 떠올리며 토론할 때마다 해부 지식에 대한 갈증이 계속해서 누적되었다. 임상과목을 배운 후에 참여하는 해부 실습의 경우,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고 예과 때 해부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나로서는 규슈의대 해부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부족한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뜻깊은 겨울방학이 될 것 같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는 말이 있듯이 분명히 비슷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일본만의 고유한 특성을 찾고자 노력했다.
해부실습 프로그램 내용이 항상 동일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인제의대 해부 교육과정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자세히 해부하고 배웠던 점이 매우 유익했다. 한 조에 4명의 학생이 배정되어 있고, 다시 2명씩 조로 나누어 각각 상지와 하지를 나눠서 해부한다. 상지팀과 하지팀은 각자 맡은 부위를 해부한 후, 상호학습 시간에 서로에게 자신이 해부하고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며 설명한다. 인제의대의 경우 카데바를 절단하지 않고 전체 혈관과 신경의 주행을 보며 각 장기와 구조물이 어떤 신경과 혈관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지에 집중했다면, 규슈의대의 해부실습은 각 부위에 지나가는 혈관, 신경, 근육, 샘(gland) 등을 하나씩 확인하고 뜯어보는 것에 집중하는 차이점이 있었다.

규슈의대 해부실습에서 우리 의과대학 해부 교육과정에도 차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상세한 지침서와 체크리스트였다. 앞서 다녀오신 선배님들의 후기에서 해부책 극찬과 관련한 언급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나 역시도 상세한 해부 지침서가 탐났다. 일본어로 되어 있어 조원 친구들에게 영어로 설명을 들었는데, 가령 어떤 뼈를 들어내면 그 안에 어떤 샘이 존재하고 그 옆으로 어떤 신경이 지나간다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잘 정리된 책이었다. 일본 친구들에게 본교에서는 anatoinje 사이트에서 해부 실습 영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하니 규슈의대의 해부 지침서와 우리학교의 동영상 자료를 함께 참고한다면 해부 지식을 더욱 깊이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상호학습 시간에는 카데바 성별이 다른 조로 가서 자신이 맡지 않은 부위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우리 조는 female이라서 여성 생식기 구조는 자세히 볼 수 있었으나 male 생식기 구조를 볼 길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상호학습 시간에 male 카데바 조에 가서 체크리스트에 있는 구조물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리스트가 있으니, 본인이 놓친 부분에 대해서는 해부학 그림책과 지침서 등과 같이 다양한 매체 자료를 활용해 지식을 채워나갈 수 있었고, 체크리스트야말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끔 도와주는 학습 도구임을 깨달았다.

해부 실습 환경 또한 인제의대와는 확연히 달랐는데 매일 아침 해부실에 오면 개인별 준비물이 구비되어 있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일회용 앞치마, 모자, 토시, 장갑이 매일 새롭게 구비되는데 직접 앞치마를 매일 빨지 않아도 되고 위생적이며 간편해서 인제의대 해부실습에도 꼭 적용되면 좋겠다. 그리고 해부실습이 끝나면 카데바 위에 물에 젖은 수건을 덮어 마르지 않게 보존하는 방법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나의 해부 실습 12조 조원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eyeball쪽은 미세한 신경과 혈관이 서로 얽혀 있어 구조물 각각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우리 조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해부책 그림과 함께 토론하며 결국 하나씩 찾아냈다. 해부실습 기간 동안 해부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조원 친구들의 마음가짐과 학습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의미 있는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소중한 참여 기회를 주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님들과 행정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현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와주신 석대현 교수님과 정순호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개인별로 해부실습 도구와 실습가운 등 세심하게 준비해 준 규슈대학교 의과대학에도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2주의 해부 실습 기간 동안 끊임없이 도와주고 교류의 시간을 함께해 준 일본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해부실습과 학업, 개인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주어 고마웠다. 끝으로 타국에서 실습하는 동안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고, 크고 작은 어려움을 함께 도와준 동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1. 해부학 실습의 지원 동기
예과 2학년 과정에서 해부학을 이수하였지만, 골반이나 얼굴 쪽의 복잡한 구조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해부실습 없이 교과서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과정을 마치고 난 후 이론적으로 구조물에 대해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입체적으로 본 적은 없어 애매모호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본과 진입 후 임상 공부를 하면서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던 와중, 일본 의대의 해부학 실습 참여 기회는 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져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규슈의대 소개 
우리나라에 빅5 대학 병원이 있듯, 일본에는 구제국 7대학이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빅5는 서울대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사립대학교인 반면, 일본의 구제국 7대학은 모두 국공립 대학교 입니다. 구제국 7대학 중 하나인 규슈의대는 그만큼 규슈 지역 전반의 핵심 의료시설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 내 위상도 상당히 높은 대학교입니다. 규슈 대학병원 캠퍼스에는 의과대학을 포함하여 치의학, 간호학, 약학과, 생물학과가 있습니다. 
또한, 규슈의대에는 ‘시라기쿠카이(Shiragiku-kai)’ 라는 연합이 존재합니다. 이 연합은 유능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카데바를 기증할 예정이거나 기증을 이미 마친 기증자들에 대한 존중심을 표하고,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 위한 연합입니다. 이 연합에는 기증자들의 가족들까지 가입되어 있어 그들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병원 캠퍼스의 한쪽에 그들을 위한 동상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3. 일본과 한국 - 해부학에 대한 접근의 차이

일본 의과대학에서는 한국보다 해부를 더 심층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제가 경험한 그 깊이의 차이는 훨씬 더 컸습니다. 한국의 해부학 교실과의 큰 차이점을 네가지 정도로 요약해보겠습니다. 

3-1) 핵심 장기의 보존 
한국에서는 심장, 폐, 두뇌, 식도, 기도, 소화기관 등의 핵심 장기를 당일 해부가 끝나고 다시 카데바 체내에 넣어 보관을 했다면, 규슈대학 해부학 교실에서는 장기들에 대한 해부가 끝나면 별도의 봉투에 밀봉하여 에탄올 보존액에 넣어 보관을 합니다. 이러한 진행 방식으로 인해, 장기에 가려진 내부 구조를 보기 위해 매번 장기를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며, 장기의 보존 수준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카데바의 보존상태가 우수하여 원활한 해부가 가능하였으며, 포르말린 냄새도 덜 났던것 같습다. 마지막으로 매 해부수업이 끝나면 학생들 스스로 카데바를 정리하며 카데바에 에탄올을 부워 보관하는데, 역시 이 때문인지 학기말임에도 불구하고 카데바가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 진정승??

3-2) 해부학 실습의 깊이
일본에서는 얼굴의 골격, 척추, 골반뼈, 샅굴부위 등 체내의 거의 모든 부위에 대해 샅샅이 해부를 진행합니다. 해당 실습을 진행하며 예과와 본과 동안 지겹도록 배웠던 (부)비강의 구조, 눈확의 구조, 안구의 내부 구조, 외이도 중이도 내이도의 구조, 골반뼈의 입체적 구조, 골반 내장의 분포, 샅굴 부위의 층별 근육 분포를 모두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간단히 넘어가고 교과서로 익혔던 구조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실제로 확인하며 신기해 했던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교과서와 수업내용으로 여럼풋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해부학기에도 그랬듯, 실제 눈으로 확인하니 더 잘 와닿았고, 머리 속으로 입체적인 구조를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3-3) 카데바 공여자의 사인에 대한 공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카데바의 사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모든 카데바의 사인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해부를 진행하다가 관련된 구조물이 나오면 교수님들께서 추가적으로 알려주시거나, 학생들이 알아오곤 합니다. 또한 사인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생전에 받으셨던 수술이나 앓으셨던 병력과 관련된 구조물이 나오면, 해당 부위를 해부하여 구조물을 찾아냅니다. 예를 들어 저희 조의 카데바의 경우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셨던 분이고, 인공 관절에 대한 감염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관절 부위도 해부하기 때문에, 인공 고관절을 카데바로부터 분리하여 그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조의 경우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을 생전에 받으셨던 카데바가 있었는데, 심장 해부를 통해 직접 tavi를 분리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는 TAVI를 본과에 들어오고 나서야 배웠던 것 같은데, 일본 학생들은 예과 때 이미 알고있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또한 폐암 등의 암으로 돌아가신 카데바의 경우 악성 흉수, 섬유화 등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이 보기에 비정상적인 구조물이 있더라도, 카데바의 사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더 공부하거나,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카데바에 대한 사인이 제공되고, 실제 해부를 하다가 연관된 부분이 나오면 추가적으로 해부를 해볼 수 있는 경험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유익했습니다. 

3-4) 해부학 교실의 진행 방식
일본에서는 매 수업 시작 전에 해당 단원에 대한 발표를 맡은 학생들이 3~4명 씩 나와 당일 해부할 구조에 대한 프리뷰를 진행하고, 교수님께서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주십니다. 또한, 한 카데바당 4명의 학생이 투입되며, 특이한 것은 상지와 하지 팀을 2명씩 분리하여 진행합니다. 
과정 중반부에 한번 팀을 교체하여 진행하고, ‘상호학습’ 시간에 상지는 하지 팀에게, 하지는 상지 팀에게 그동안 해부를 했던 내용들을 서로 가르쳐주고 학습해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제가 느끼기에 규슈 의과대학은 상호 학습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의과대학 도서관의 1층에 있는 가장 큰 학습 공간도 ‘상호학습실’ 이었습니다. 학생들 끼리 가르쳐주는 시간 이외에도, 하루는 병원에 실제로 근무 중이신 다른 의료진들 (물리치료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등) 이 해부학 교실에 방문하여 의과대학 학생들과 카데바를 보며 공부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들만 카데바를 공부하지만, 실제 근무 중인 의료진들도 카데바를 보며 같이 공부 할 수 있는 일본의 시스템은 우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 일본에서의 생활, 문화 체험 

4-1) 대중교통 이용, 이동수단
저는 이번 기회에 일본을 처음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무턱대고 한국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호텔에서 학교까지 대부분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데, 미래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후배님들께서는 기본적인 대중교통 이용법 정도는 익혀두고 가시면 훨씬 수월하게 일본 생활이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또, 일본에서는 자전거 이용이 보편적이고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면 오히려 자전거 이용이 대중교통 이용보다 훨씬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빌리는 방법이 처음에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고, 요금도 비싼편이다 보니 잘 알아보시고 이용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후쿠오카 중심 권역에는 ‘Chari Chari’ 라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활성화 되어있고, 현지인들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입니다. 일본 여행에서 자전거는 여행객 입장에서 가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 느꼈습니다. 해부학 수업이 없는 날이면 자전거 한 대 빌려서 후쿠오카 주변 권역이나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4-2) 대인관계, 일본인 친구 만들기
제가 일본에 가기 전 세워뒀던 제 1의 버킷리스트는 ’일본인 친구들과 축구하기‘ 였습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규슈 의대의 축구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학교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며, 대부분 선호하는 생활 스포츠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일본인 친구를 안다면 친해지기 쉬울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축구였고, 결국 같이 축구를 했던 친구끼리 가장 친해진 것 같습니다. 일본인 친구들은 한국 학생들 보다 기본적으로 대인관계에 있어서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좋게 말하면 개인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2주라는 짧은 실습기간 동안 친해지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도 첫 3~4일 동안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한국 학생들이 많이 궁금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약속을 잡거나 말을 걸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오늘 저녁에 뭐해? 스케쥴 있어? 주말엔 뭐해?” 등의 질문으로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한다면, 2주는 소중한 친구를 사귀기에 충분한 시간일 것입니다!
 
4-3) 끼니해결, 둘러볼만 한 곳
해부학 실습은 보통 아침 9시 또는 오후 1시에 시작됩니다. 캠퍼스 내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간단히 교내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교내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없다면 첫번째 방법을, 수업 전후로 시간이 조금 있다면 두번째 방법을 추천합니다. 저는 교내식당의 이용방법이 조금 낯설어 친해진 일본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이용 방법을 안내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익숙해져 스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해부학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후쿠오카 중심 권역에서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일본인 친구들과 ‘다자이후텐만구’를 다녀왔습니다. 다자이후텐만구는 학문의 신을 모셔놓은 신사로, 일본에서 대학입시 시험 기간이 되면 전국의 수험생들이 방문하는 명소입니다. 일본인 친구들도 비교적 최근까지 수험생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다자이후를 잘 알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인 친구의 자가용을 빌려타 이동하였지만, 일본은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는 열차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열차로도 쉬운 이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자이후 이외에도 나가사키, 벳푸 등의 지역도 시간이 되면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큐슈대학병원의 부지에는 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등 모두 있어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크다. 

실습에 지원하는 후배들은 사진2의 조형물을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큐슈의과대학 해부실습 커리큘럼]
인제대학교의 해부실습과 달리, 큐슈대학교에서는 인체내의 강(Cavity)들을 분리하고, 다시 이를 이등분하여 절반씩 해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부조는 4명으로 구성되는데 다시 2명씩 나눠 하지팀과 상지팀을 이루고, 그 안에서 매번 리더와 일반조원을 돌아가면서 맡는다.

#해부일정 사진3.
-해부 前-
항상 해부수업은 학생들이 당일 해부할 부위에 대한 발표로 시작한다. 사진3) 좌측에서 4번째 칸에 발표를 담당하는 조가 표시되어 있다. m/f로 구분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발표를 진행함을 의미한다.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면 교수진이 보충설명을 하고, 본인들의 수업자료로 임상과 연관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사전학습이 끝나면 묵도와 함께 해부가 시작된다.
이렇게 발표를 하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 자체가 학습뿐만 아니라,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의사소통능력을 함양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부 中-
인제대학교에서 해부실습 전에 동영상을 제공하듯이, 큐슈대학교에서는 atlas와 같은 책과 <解剖?習の手技>을 같이 제공한다. 해당 책에는 해부를 진행하는 절차와 어떻게 하면 이러한 구조물들을 확인할 수 있는지가 적혀 있어 학생들이 해부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적어보인다. (사진4참고) 모두 일본어로 작성되어 정확히 어느정도 디테일로 적혀있는지 해부실습동영상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특정 구조물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디를, 어떻게 하시오.’ 라는 식으로 작성된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진에게 질문하는 시스템은 눈여겨볼 만하다. 구조적인 차이로 인제대학교에서 채택하기는 어렵겠지만, 큐슈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하지팀과 상지팀이 구분되어있듯이, 조교나 교수님들 또한 하지팀과 상지팀이 구분되어 서로 다른 파트를 담당한다. 해부 동안에는 교수진들이 상시 대기중이라서 학생들은 책을 따라가면서 확인할 수 없는 구조물이 있으면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들은 해부실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학습’이라는 시간을 따로 가진다. 기본적으로 ‘상호학습’은 서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다른 조로 이동을 하여 상대조가 해당 구조물들을 모두 찾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학습전략이다. 본인이 상지팀에 있었으면, ‘상호학습’할 때는 다른 조의 하지팀을 담당하게 되어 균형있는 학습이 보장된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상호학습’의 대상이 동기들로 국한되지 않고 외부인(병원내 co-workers)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때 해체된 카데바를 재구성한 후 각 조의 상하지 팀 리더들이 의료관련 종사자들에게 전반적인 구조를 설명하고, 외부인들은 해당 구조물을 관찰하고 만져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단, 예과학생인만큼 상세한 설명은 큼지막한 구조물들만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상호학습을 실습기간동안 단 한번만 경험했기에, 외부인에게 설명하는 행위가 매 상호학습시간마다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훗날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기회는 학습, 의사소통능력 증진 이외에도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부 後-
해부가 끝나게 되면, 각각의 장기는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따로 비닐봉지에 에탄올과 함께 보관한다. 또한 카테바 위에 큰 수건을 덮고 위에 에탄올을 뿌려 장기 이외의 근골격계들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한다. 따라서 카데바의 보존 상태가 학기 후반기임에도 매우 좋으며, 상호학습시 카데바를 재구성하는데에도 수월하다. 
이렇게 정리가 끝나면 홀수 조와 짝수 조가 번갈아가면서 당일 해부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게 된다.
학기가 끝나면 각조마다 1000엔 가량의 꽃을 준비하여 카데바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이 외-
1) 앞서 하지팀과 상지팀 내에서도 항상 리더를 번갈아가면서 맡게 된다고 언급하였는데, 푸른색 앞치마는 리더를, 흰색 앞치마는 일반 조원을 의미한다. 실습생들은 흰색 앞치마를 입는 것이 원칙이다. 
2) 해부도구는 처음 한번만 제공되어 이후 분실하게 되면 새로 장만해야한다. 따라서 메스홀더와 메스날은 끝나고 분리하여 버리지 않고 놔두면 된다. 
3) 학교 측에서 나눠주는 보호복은 모두 1회용으로 봉지채로 모아서 버리면 된다. 14조 앞에 3개의 큰 통이 있는데, 맨 왼쪽부터 에탄올 보관/ 비닐,장갑 버리는 용도/ 휴지 버리는 용도이다.
4) 아침에는 해부시간에 신나는 노래(K-pop)를 틀어주고, 곡 신청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실습을 갔을 때 당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5) 해부실내에 포르말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일상복을 입고 해부를 진행하여도 무관하다. 

[일본 의대학생들의 학습/생활양식]
우리가 외부인이기도 하고, 1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예과학생들은 대부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의과대학 학생들은 과외를 하기보다 일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돈을 마련하는 편이 일반적이며, 정말 다양한 동아리나 취미를 가지고 있어 학업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좋아보인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아리 활동에 참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과2학년때 보는 nerve anatomy, body anatomy 시험은 뇌구기, 움구기와 대응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유급하는 학생들이 종종 나오는 커리큘럼상 가장 어려운 시험들이라고 한다. 
 K-팝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니, 추후 해부실습에 지원하는 후배들은 참고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하며]
해당 실습 프로그램은 해부시간때 배웠던 지식을 점검하고, 같은 동아시아권에 속하는 나라로 문화적 차이가 크지 않아 부담없이 외국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 해부학적인 지식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외국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도 환영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14조의 Ikuo, yuho, kosei, hao 및 큐슈의과대학 학생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큐슈의과대학 가는법] 
#경로1 : 하카타역->요시즈카역 / 가고시마본선-{환승 0회 /170엔/요시즈카역에서 15분정도 걸어야함
#경로2 : 하카타역->마이다시큐다이뵤인마에역 / 공항선->하코자기선-{환승1회 / 260엔 / 학교 바로 앞에서 내림}
#교통-택시비가 비싸기에 지하철을 많이 이용할텐데,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도 좋아보인다.
Prince smart inn hakata 근처에는 cogicogi(전기자전거), charichari를 이용할 수 있다.
반드시 자전거는 자전거주차 허가 표시된 곳에 하도록 하자.

[큐슈의대 부대시설 이용방법]
#의과대학 도서관: 출입카드가 있어야만 사용가능, 1층{자습실, 상호학습실, 자료실, 전시관}, 2층/3층{자습실}
#의과대학 운동장: 축구, 야구, 럭비 가능
#의과대학 식당: 음식 종류별로 카운터가 1~4까지 구분되어 카운터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대에서 계산
#의과대학 서점: 전공서적, 도시락, 큐슈대학 굿즈, 필기/생활용품 판매 / 카드사용가능

 

 

0. 들어가기에 앞서
규슈 해부 실습을 지원할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당장 그 고민을 멈추고 지원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것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필자는 예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본과로 들어온 편입생으로, 인제대학교에서 해부 실습을 해 보지 못해서 큰 아쉬움이 있었다. 해부 실습을 통해 구조물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전반적인 위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임상 내용을 보다 심도 있고 유기적으로 학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규슈 의대 해부 실습에 대한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에겐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더구나 비슷한 진로를 가진 해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해부 실습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과연 그곳에 가서 잘해 낼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고, 일본어로 소통할 수 없었기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이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하였다.

1. 실습 프로그램
다른 학우께서 실습 때 다뤘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신다고 하셨기에 필자는 실습 프로그램의 구성에 초점을 맞춰 적어보려고 한다. 해부 실습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해부 실습이 시작되기 전에 조마다 돌아가면서 그날 해부해야 할 부분에 대해 발표하면 교수님께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신다. 그리고 해부가 시작된다. 4인 1조로 구성되어 2명은 상체 부분의 해부를 담당하고, 2명은 하체 부분의 해부를 담당한다. 각자 맡은 부분을 지침서에 따라 진행하면서 체크리스트 속 구조물들을 확인한다. 수업이 끝나기 전에 상체 팀과 하체 팀은 확인했던 구조물들에 대해서 서로 설명해 준다. 이때 확인하지 못한 구조물은 다른 조에 가서 확인하면 그날 실습은 마무리된다. 해부하기 직전과 직후에 수분 관리와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각 조마다 관찰했던 특이 사항에 대해서 공유하는 과정도 있었는데, 이때 TAVI 시술, 인공관절, 제세동기 같은 것과 동맥경화증, 폐암, 간 비대 등 교과서에서 공부했던 것을 해부 실습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어서 무척 유익했다.
하루는 간호전문대학교 학생들이 신체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해부 실습실에 오셨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이미 해부가 진행되었던 모든 신체 구조물을 다시 꺼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그 시간을 통해 필자 역시 참여하지 못했던 부분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규슈 의대생들의 세밀하고도 정확한 설명을 통해 인체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2. 규슈대학교 친구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실습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필자가 배정된 조는 여자 1명과 남자 3명으로 이루어졌는데 첫날부터 분위기가 무척 유쾌했고, 감사하게도 필자에게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었다.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걱정했는데 영어와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어서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특히 고맙게 생각되는 부분은 해부 실습을 하는 과정에서 상체 부분이 더 배울 것이 많아 보이는 날에는 상체 팀에서, 하체 부분이 더 유익한 날에는 하체 팀에서 실습할 수 있도록 배정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또한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필자를 위해 각 구조물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주며 옆에서 알려주었는데 그 깊은 배려심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일본 학생들은 학기 중이었기 때문에 시험 기간과 겹쳐 있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로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필자가 소속된 조에 운전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함께 다자이후로 드라이브를 가서 놀러갔던 그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같은 조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조원들과도 함께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흥얼거리던 즐거운 추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배려로 시작해서 배려로 끝나는 규슈대학교 친구들이 보여준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예의는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었다.

3. 실습 외의 시간
후쿠오카는 쇼핑의 성지라고 하지만, 필자는 쇼핑보다는 먹는 것에 누구보다도 진심이기에 실습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후쿠오카 맛집을 80여 개 저장해놓고 있었다. 그곳을 모두 갈 수는 없었지만, 필자가 갔던 식당들은 대체로 모두 만족스러웠다. 리스트가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면 아낌없이 공유해 주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것은 호텔 조식이다. 필자와 같이 실습에 참여했던 친구들이 묵었던 곳은 ‘프린스 스마트 하카타인 호텔’인데 하카타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규슈대에서 실습하게 되면 덴진역이나 하카타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은데, 덴진역 근처는 다소 소란스러우니 하카타역 근처를 추천한다. 후배님들께서 동일한 호텔에 묵게 된다면, 조식 1번 메뉴인 명란계란 오니기리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후쿠오카에 머무는 동안 쇼핑하기와 맛집탐방 외에도 온천을 즐기거나 근처 소도시 투어를 떠나는 것도 좋다. 근처 소도시로는 뱃부와 유후인이 유명한데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미리 열차표를 끊거나 일일 투어를 예약하면 좋다. 필자와 친구들은 예약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근처 세이류 온천을 다녀왔다. 이곳 또한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오하시역에서 온천까지 무료로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온천에서 뜨끈하게 몸을 풀었다면 그곳에서 파는 아이스크림까지 꼭 먹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후쿠오카를 즐기는 방법은 백만 가지가 있겠지만, 관광은 언제든 올 수 있지만 규슈 대학에서의 실습은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이니 실습 기간에는 가능하다면 규슈대학교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끝으로
무척 기대했던 해부 실습이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상상 그 이상으로 좋았다. 해부학적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일본에서의 특별한 선물 같은 추억들이 내게 남았다. 그러니 무슨 고민이 더 필요하겠는가?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지원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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