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Menu

국외 임상실습 체험수기(규슈의대 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4.05.28 10:43 214

 

1. Intro

작년 한해 일산백병원에서 핵심임상실습을 진행하며 많은 외국인 의료진분들을 만났습니다. 하루는 외과 실습을 돌던 중 에티오피아에서 오신 외과 전공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에 온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이렇게 외국에 나와 발전된 의료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환자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의사로서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 후로도 캄보디아, 모잠비크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의료진들과 대화하며 해외 연수에 대한 열망은 커져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 일본의대 임상실습 프로그램은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환자군이 비슷하고,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선진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큐슈의대는 도쿄대, 교토대를 이어 일본에서 세번째로 설립된 의과대학으로서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의대입니다. 그런 큐슈의대에서의 4주 간 실습은 분명 저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국외 임상실습 체험에 지원하였습니다.

2. 실습 과정
과 선택의 경우, 저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 실습을 돌아본 과에 지원하여 심화학습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평소 흥미가 있었던 순환기내과(cardiology)에 지원하여 해당 과에서 4주 동안 실습을 돌게 되었습니다. 

순환기내과 비서실에서 실습을 돌기 한달 전 저에게 실습 일정 및 수술실, 락커실 사용방법을 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순환기내과는 부정맥,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등을 비롯한 다양한 ‘팀’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첫 2주 동안 ACHD (Adult Congenital Heart Disease) 팀에서, 나머지 2주 동안 PH (Pulmonary Hypertension) 팀에서 실습을 돌수 있도록 배정해 주셨습니다. 본과 3학년 실습 당시 잘 보지 못했던 환자군들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일본의 의국은 한국과는 달리 대표 교수님이 한 분만 계시고, 그 밑으로는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펠로우 쯤에 해당하는 선생님 두 분이서 각각 2주 동안 저의 멘토 선생님으로 배정되었고, 두 분 모두 영어를 잘하셔서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2-1. ACHD 팀
처음에는 선천성 심장질환(이하 CHD)은 소아청소년과의 소아심장 전문의가 다루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여 해당 팀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의료기술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CHD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그들이 어른이 되고 난 다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후천적 심장질환들에 대해 섬세한 follow up이 필요하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팀이라고 합니다. 해당 팀에서는 ASD와 같이 어른이 되고서야 처음 발견하게 되는 CHD를 가지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 완전/수정 대혈관전위로 폰탄 수술을 받은 환자들, 심지어는 Dextrocardia 환자들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환자군들을 직접 보면서 이들의 Right heart catheterization(이하 RHC), Coronary angiography(이하 CAG), 심초음파 과정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정상 심장과는 다른 심장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Transesophageal echocardiogram(이하 TEE)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실제로 TEE 과정을 본 것은 처음이라 의미 있었습니다. ACHD 팀에서 실습을 돌던 중 타 팀에서 시행된 TC-TAVI 시술을 참관하기도 했는데, 큐슈대 병원에서는 최초로, 일본에서는 2번째로 시행된 시술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습을 돌고 있는 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술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의료진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2-2. PH팀
PH팀은 주로 RHC를 통해 RA, RV, PA의 압력 및 PCWP를 측정하고, 폐고혈압을 진단하는 부서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Pulmonary angiography(이하 PAG), 운동부하 RHC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보조 진단 시술을 곁들이기도 하였습니다. PH는 순환기내과에서도 꽤나 마이너한 분야라 한국에서는 관련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멘토 선생님께서 PH의 개념에 대해서 영어로 강의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혈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PH 환자들에게 혈관풍선확장술 치료를 시행할 때 시술 보조로 참여하였는데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2-3. Saisekai hospital 파견
하루는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saisekai hospital에 파견 실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해당 병원은 종합병원이었지만 특히 순환기내과로 유명한 병원이었습니다. 운좋게도 실습을 담당해주신 선생님께서 국제교류에 관심이 많으셨고, 훌륭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CAG, PCI에 사용되는 여러 스텐트들을 조작해볼 수 있게 해주셨고, 실습이 끝난 뒤에도 근사한 저녁 식사를 사주셨습니다. 
3. 기숙사 및 실습 생활
감사하게도 큐슈의대 측에서 4주 동안 머물 기숙사를 제공해주셨습니다. 기숙사는 병원 근처는 아니지만 후쿠오카의 명소인 오호리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었고, 왕복 교통비 및 점심 식사 비용을 포함하여 하루 2500엔의 용돈을 지원해주셔서 통학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1인 1실로 제공되었고, 각 방마다 주방, 화장실, 샤워실, 침대, 책상 등이 비치되어 있어 4주 동안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영업일 기준 3일 전까지만 신청하면 기숙사에서 제공되는 조/석식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실습을 도는 4주 동안 큐슈대 의대에 재학 중인 많은 학생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언어적 장벽을 넘어 친해진 많은 친구들이 수많은 추억들을 남겨주었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야구 관람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같이 야구를 보러가기도 했습니다. 실습을 돌며 학업적으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렇게 다른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운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 지낸 4주는 그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값진 4주였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인제대학교, 큐슈대학교 의과대학에 감사드립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