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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임상실습 체험수기(규슈의대 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4.05.28 10:45 456

 

[실습과정]

실습과는 3지망까지 적어서 제출하면 규슈대학 측에서 배정해줍니다. 저는 1지망인 피부과가 되었습니다. 4주 피부과 실습은 2주 병동 + 2주 외래로 나누어 돌았습니다. 피부과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교수님이 병동과 외래를 모두 담당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병동과 외래 담당 선생님이 아예 달랐습니다. 저는 JLPT N1이 있었고 일본어로 기본적인 일상회화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라 실습은 전부 일본어로 진행하였습니다. 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일정에 관한 안내를 받았는데 이 역시 전부 일본어였습니다. 물론 N1이 있어도 의학과 관련된 내용을 전부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저를 생각해 주셔서 천천히 말해주시고 쉬운 단어로 설명해주셔서 배려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감사했습니다. 
병동에 있는 동안은 입원환자 회진, 수술 및 시술 참관을 했습니다. 오전에 회진을 하고, 오후에는 건선 환자의 UVB 치료 같은 시술을 참관하고 봉합술을 연습했습니다. 수술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하는데, 악성흑색종 수술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신경섬유종, 림프절 생검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피부과가 어떤 수술을 할지는 병원마다 다른데, 규슈대학병원은 피부과 중에서도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라 수술을 하고 싶은 피부과 의사들은 이곳에서 수련을 받는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자교 학생들은 스크럽을 안 세우시는데, 저는 스크럽을 세우셨습니다. 신경섬유종 수술 때는 직접 절제해 볼 기회도 주셨고 봉합도 한 땀 해보게 해주셨습니다. 옆에서 다 세세하게 가르쳐주시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또한 수술 시에도 수술을 집도하는 피부과 선생님 한 분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다른 피부과 선생님들 3~4명이 더 들어오셔서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시고, 수술을 도와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8시 30분에 출근했고 퇴근은 빠르면 4시, 보통 5시였습니다. 첫 주 목요일에 이자카야에서 회식했습니다. 선생님들 다 친절하시고 재밌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래에서는 외래 환자의 시술을 참관했습니다. 외래 진료현장은 참관하지 못했습니다. 외래 전문의 선생님은 오전에 3명 계셨고, 오후에는 더 높은(?) 선생님(일본어로도 上の先生, 윗 선생님이라 하셔서 정확히 직급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이 오셔서 보통 6~7명 정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뒤에 따라다니면서 외래 시술 현장 참관했습니다. 가끔 환자분 붙잡고 있기, 연고 바르기 정도 간단하게 도와드렸습니다. 시술은 펀치 생검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화상 치료, 진균 검사, 피부 질환자의 사진촬영, 레이저 치료 등을 보았습니다. 외래 선생님들께서 피부과학 책과 비교하면서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 다들 친절하셨고, 말도 많이 걸어주셔서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출근은 보통 9시에 했고 퇴근은 4시였습니다. 둘째 주 화요일에 병원 카페에서 커피 사주시고 한국 의료 상황 및 의과대학 입시에 관한 얘기 간단하게 나눴습니다. 

[생활]
감사하게도 규슈대학 측에서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해 주셨습니다. 한 달 비용은 80800엔이었습니다. 규슈대학에서 집세를 포함해서 출근일수 * 2500엔을 장학금으로 주십니다. 총 14만엔 정도 지원받았습니다. 시설은 굉장히 좋았고 세탁기와 욕조도 있어서 생활은 정말 편했습니다. 아침, 저녁이 무료로 제공되었고 이는 어플을 통해서 3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합니다. 저희는 첫 출근 바로 전 날인 일요일에 입주하였고, 입주 OT에서 분리수거 방법, 우편함 이용법, 식당 이용법 같은 기본적인 생활수칙을 알려주십니다. 이때 몇 시에 어떤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출근해야 할지까지 전부 알려주십니다. 기숙사에서 병원 출근까지 지하철을 타고 총 30분 정도 걸렸고, 비용은 260엔입니다. 
첫 출근 날에는 저와 매칭된 일본인 짝이 마중 나와서 규슈대학에 대한 안내를 해줬습니다. 학생 라커룸 이용법, 병동에 가는 법, 그 외 건물들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병원이 정말 크기 때문에 첫 주에는 거의 매일 길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제공해 주실 때도 있었지만, 보통 학생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메뉴를 담고,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학생식당이 메뉴가 많고, 저렴한데 맛있어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도서관도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깔끔하고 쾌적했습니다. 비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가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무리하며]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의료 시스템은 생각보다 우리나라와 많이 달랐습니다. 병원에서 개인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해 아날로그 무선 전화기를 들고 다니고, 협진 요청을 프린트해서 보는 사소한 모습부터, 인턴의 병원 선택, 레지던트의 과 선택 과정과 같은 중요한 부분까지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접 일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부분을 많이 알게 되어 이번 해외 실습은 제 인생의 유의미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일본 의과대학생을 만나서 서로의 대학 생활 및 국가시험에 관한 얘기를 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일본 의사 국가시험에는 禁忌(금기)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일정 수 이상 선택한 경우, 얼마나 점수를 받았든 무조건 불합격이 되는 선택지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심각한 부작용이나 중대한 후유증, 사망 등 환자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투여해서는 안 되는 약제나 시행해서는 안 되는 처치, 법령 위반이 되는 행위 등이 해당됩니다. 2023년 의사 국가시험의 경우 10문제 정도의 금기지가 있었으며, 3문제 이상 금기지를 선택하면 불합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기도 했고, 향후 제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는 기회였습니다. 같이 피부과를 돈 본과 4학년 학생들과 친해져서 퇴근 후나 쉬는 날에도 만나서 자주 놀았습니다. 4주 동안 맛집도 많이 소개해줬고, 차가 있는 친구가 있어 근교로 드라이브를 간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언어와 관련해서는 각 과마다 영어를 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신 것 같기는 하지만, 특히 일본어를 하실 수 있는 분이 간다면 분명 얻어 갈 것이 많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본 해외 교류 실습에 참여하게 해주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과 석대현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1. Intro

작년 한해 일산백병원에서 핵심임상실습을 진행하며 많은 외국인 의료진분들을 만났습니다. 하루는 외과 실습을 돌던 중 에티오피아에서 오신 외과 전공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에 온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이렇게 외국에 나와 발전된 의료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환자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의사로서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 후로도 캄보디아, 모잠비크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의료진들과 대화하며 해외 연수에 대한 열망은 커져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 일본의대 임상실습 프로그램은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환자군이 비슷하고,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선진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큐슈의대는 도쿄대, 교토대를 이어 일본에서 세번째로 설립된 의과대학으로서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의대입니다. 그런 큐슈의대에서의 4주 간 실습은 분명 저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국외 임상실습 체험에 지원하였습니다.

2. 실습 과정
과 선택의 경우, 저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 실습을 돌아본 과에 지원하여 심화학습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평소 흥미가 있었던 순환기내과(cardiology)에 지원하여 해당 과에서 4주 동안 실습을 돌게 되었습니다. 

순환기내과 비서실에서 실습을 돌기 한달 전 저에게 실습 일정 및 수술실, 락커실 사용방법을 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순환기내과는 부정맥,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등을 비롯한 다양한 ‘팀’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첫 2주 동안 ACHD (Adult Congenital Heart Disease) 팀에서, 나머지 2주 동안 PH (Pulmonary Hypertension) 팀에서 실습을 돌수 있도록 배정해 주셨습니다. 본과 3학년 실습 당시 잘 보지 못했던 환자군들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일본의 의국은 한국과는 달리 대표 교수님이 한 분만 계시고, 그 밑으로는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펠로우 쯤에 해당하는 선생님 두 분이서 각각 2주 동안 저의 멘토 선생님으로 배정되었고, 두 분 모두 영어를 잘하셔서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2-1. ACHD 팀
처음에는 선천성 심장질환(이하 CHD)은 소아청소년과의 소아심장 전문의가 다루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여 해당 팀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의료기술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CHD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그들이 어른이 되고 난 다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후천적 심장질환들에 대해 섬세한 follow up이 필요하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팀이라고 합니다. 해당 팀에서는 ASD와 같이 어른이 되고서야 처음 발견하게 되는 CHD를 가지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 완전/수정 대혈관전위로 폰탄 수술을 받은 환자들, 심지어는 Dextrocardia 환자들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환자군들을 직접 보면서 이들의 Right heart catheterization(이하 RHC), Coronary angiography(이하 CAG), 심초음파 과정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정상 심장과는 다른 심장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Transesophageal echocardiogram(이하 TEE)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실제로 TEE 과정을 본 것은 처음이라 의미 있었습니다. ACHD 팀에서 실습을 돌던 중 타 팀에서 시행된 TC-TAVI 시술을 참관하기도 했는데, 큐슈대 병원에서는 최초로, 일본에서는 2번째로 시행된 시술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습을 돌고 있는 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술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의료진분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2-2. PH팀
PH팀은 주로 RHC를 통해 RA, RV, PA의 압력 및 PCWP를 측정하고, 폐고혈압을 진단하는 부서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Pulmonary angiography(이하 PAG), 운동부하 RHC 등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보조 진단 시술을 곁들이기도 하였습니다. PH는 순환기내과에서도 꽤나 마이너한 분야라 한국에서는 관련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멘토 선생님께서 PH의 개념에 대해서 영어로 강의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혈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PH 환자들에게 혈관풍선확장술 치료를 시행할 때 시술 보조로 참여하였는데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2-3. Saisekai hospital 파견
하루는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saisekai hospital에 파견 실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해당 병원은 종합병원이었지만 특히 순환기내과로 유명한 병원이었습니다. 운좋게도 실습을 담당해주신 선생님께서 국제교류에 관심이 많으셨고, 훌륭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CAG, PCI에 사용되는 여러 스텐트들을 조작해볼 수 있게 해주셨고, 실습이 끝난 뒤에도 근사한 저녁 식사를 사주셨습니다. 
3. 기숙사 및 실습 생활
감사하게도 큐슈의대 측에서 4주 동안 머물 기숙사를 제공해주셨습니다. 기숙사는 병원 근처는 아니지만 후쿠오카의 명소인 오호리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었고, 왕복 교통비 및 점심 식사 비용을 포함하여 하루 2500엔의 용돈을 지원해주셔서 통학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1인 1실로 제공되었고, 각 방마다 주방, 화장실, 샤워실, 침대, 책상 등이 비치되어 있어 4주 동안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영업일 기준 3일 전까지만 신청하면 기숙사에서 제공되는 조/석식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실습을 도는 4주 동안 큐슈대 의대에 재학 중인 많은 학생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언어적 장벽을 넘어 친해진 많은 친구들이 수많은 추억들을 남겨주었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야구 관람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같이 야구를 보러가기도 했습니다. 실습을 돌며 학업적으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렇게 다른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운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 지낸 4주는 그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값진 4주였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인제대학교, 큐슈대학교 의과대학에 감사드립니다.


 

4주간 후쿠오카에 위치한 규슈대학 의과대학에 해외임상실습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상의학과를 지원하여 이를 포함하는 과인 방사선과를 돌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습니다. 


준비과정
규슈의대 교환학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번 프로그램에 어떤 과를 지원할 수 있는지 등이 정리되어있는 엑셀표 등이 있습니다. 이를 보고 과를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자기소개서, 예방접종 증명서와 같은 필요 서류들을 준비하면 되는데 이중 예방접종 증명서의 경우 작성해주는 병원들이 몇 없으니 전화로 확인을 해보시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숙소의 경우 이번에는 기숙사를 먼저 실습을 돌고 있던 타 대학 학생들이 쓰고 있어 저희는 사설 기숙사를 지원받았습니다(지원금은 별개로 또 받았습니다). 저희가 얻은 숙소는 병원에서 지하철로 30-40분거리에 있는 학생 기숙사였습니다. 세탁기, 가스레인지가 딸린 부엌, 전기 포트, 욕실, 화장실이 있는 방이었으며 그냥 원룸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층에 식당이 있어 아침과 저녁을 며칠 전에 앱을 통해 신청하면 제공됩니다. 
(기숙사 밥은 매번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양이 좀 적어 자주 밖에서 이것저것 사먹기도 하였습니다^^)

실습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영상의학과를 지원하여 방사선과를 돌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렇게 분리하여 말씀드리는 이유는 일본의 ‘방사선과’는 우리나라의 영상의학과와 달리 방사선을 사용하는 모든 분과, 즉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그리고 중재적 방사선과(IVR)까지 포함하는 분과이기 때문입니다. 규슈대의 경우 특이하게 소화기 내시경 또한 방사선과에서 소화기내과 선생님들과 더불어 담당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 또한 참관하게 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학생에게 관심이 많으시고, 통역기를 돌려가면서 열심히 내용 설명을 해주시려고 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1주차 소화기 내시경, 2주차 핵의학, 3주차 방사선종양학과, 4주차 영상진단 & IVR 이렇게 돌게 되었습니다. 

1주차 소화기 내시경의 경우 소화기내과 실습에서 참관한 내시경을 통한 진단과 치료와 바륨을 이용한 검사들을 참관하게 됩니다. 방사선과에서 내시경을 보는 이유가 인상적인데, 과거에는 소화기의 영상 검사 방법이 바륨 검사뿐이었기에 소화기 검사=방사선과였다고 합니다. 이후 내시경이 등장하면서 소화기내과에서 자체적으로 검사가 가능해졌으나, 전문의 면허를 국가가 아닌 각 협회/학회에서 발행하던 과거 일본의 특성으로 인해 ‘내시경학회’에서 발급하는 면허를 방사선과 의사가 취득하여 소화기 검사를 방사선과에서 시행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수많은 면허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국가에서 발급하므로 앞으로는 한국과 같이 내시경은 소화기내과에서, 바륨 검사는 방사선과에서 시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실습 내용의 경우 소화기내과 때도 참관을 하고 설명을 들었던 내용이겠지만, 방사선과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설명의 경우 내과적 처치가 아닌 영상 소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해석하는 데 있어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에 집중되어 있어 새롭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사가 비는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다 같이 둘러앉아 학생 교육용 물자인 내시경 클립 등을 종이에 사용해보기도 하였습니다. 

2주차 핵의학 실습의 경우 골든위크와 겹쳐 화수목 3일만 실습을 돌았습니다. 골든위크라 그런가 검사가 그리 많지 않았고, 검사를 참관하고 이후 선생님의 소견 설명, 그리고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소견 설명을 하시다가 어디론가 가시더니 교과서를 들고 오셔서 이를 보며 저에게 설명해주시는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틀 차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묵는 특수 병동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 병동의 경우 방사선 피폭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문에 납 층이 깔려있으며, 당시 입원한 환자가 없어 선생님께서 방사선 계수기를 들고 다니며 바깥의 기초방사선량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디가 특히 방사선이 높은지와 이유 등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선생님께서 핵의학과의 CT, MRI, CT-MRI, PET 등 모든 검사 기계와 더불어 기반시설의 소개를 해주셨는데, 이 중에서 의료용 입자 가속기가 있는 방까지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기계는 검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Tc-99m과 같은 물질들을 생성하는 데 사용되는데, 그런데도 훨씬 대규모의 설비가 필요한 물질들이 많아 이것만으로 방사성 물질 수요를 맞출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입자 가속기는 1.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가진 방 안에 있습니다. 문은 전기 모터를 통해 여는데, 열리는 데만 2분이 걸립니다. )

3주차 방사선종양학과의 경우 오전 외래참관 두 번을 제외한 일정은 없었습니다. 외래참관에서 인상적이였던 점은 환자 한 명 당 보통 1시간을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어떤 검사를, 왜 했으며 그 소견이 어떻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굉장히 자세히 설명해주시며 오전 외래 동안 환자를 3명, 많으면 5명만 보시던 부분이었습니다. 

4주차 영상진단, IVR은 임상소견, 영상 검사로 이루어진 문제를 풀고 선생님의 해설을 듣는 영상진단과 IVR 시술의 참관으로 나뉘었습니다. 영상진단의 경우 함께 실습을 도는 학생과 주어진 영상 검사를 보고 소견을 적고, 진단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 부분만큼은 기본적인 일본어 회화가 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듯합니다. 선생님께서 참고자료로 교과서들을 주시지만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기에 결국 한국에서 들고 온 교과서를 읽거나, 또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이를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에 있어서도 기본적 회화가 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있을 듯하였습니다. 문제를 다 풀고 난 뒤에는 선생님께서 문제마다 영상을 보시며 CT, MRI의 각 조영기/촬영 방법의 차이, 이 차이가 어떻게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주십니다. 이때 또한 각 파트 선생님들께서 번역기와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여 가능한 저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려고 하셨습니다. 

IVR은 중재적 방사선과에서 이루어지는 검사와 시술을 참관하였습니다. 이때 납복을 입고 안에 들어가 비교적 가까이에서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결과에서 특징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을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병리학과 선생님들께서 현미경, 모니터 등이 달린 카트를 끌고 오셔서 즉석에서 채취된 조직이 적합한 표본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주시는 점이었습니다. 

(4주동안 절 챙겨주신 선생님께서 IVR 담당이기도 하셨습니다. )
 
참여 후기
규슈대 병원 방사선과 선생님들은 모두 학생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셨습니다. 해외에서 온 학생인 저에게도 검사를 시행할 때 이게 일본에서는 보험이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려주셨고 일본 자체적인 진단기준을 사용할 때에는 인터넷 검색과 논문 등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설명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영상에서 궁금한 부분이 있어 손짓 발짓을 동원하여 질문하더라도 여러 케이스들을 예시로 들면서 설명을 해주셔서 굉장히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 외에도 학생들과도 서로 의대 생활의 공통점과 차이점, 졸업 후의 차이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일본의 경우 수련병원으로 대학병원(상급병원)이 기피된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상급병원에서는 술기를 직접 해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제가 실습을 돌던 시기에 일본에서는 본4와 신인 의사를 대상으로 한 수련병원 컨벤션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무려 다른 지역에서 오는 열차 비용도 지원이 되는 컨벤션 )

이번 한 달간의 실습은 처음 도는 분과의 실습을, 처음 경험하는 의료 시스템하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돈다는 점에서 아마 인생에서도 손꼽힐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취미 삼아 공부하던 언어로 검사 소견을 듣고 질문에 대답하는 경험,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의료체계의 차이점부터 어떤 회전 스시 프랜차이즈가 취향인지, 여행은 어떻게 가는게 취향인지 등 정말이지 다양한 주제로 잡담을 하던 경험은 앞으로도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과와 비교하면 검사 결과의 해석, 소견이 더욱 중요한 방사선과의 특성상 일본어 회화, 특히 의학용어들의 발음과 한자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오시기 전에 이에 대한 준비를 어느 정도하고 오시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저는 한자를 어려워해서 많이 쓰는 한자들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친구들에게 종일 질문하면서 살았습니다ㅎㅎ) 
이렇듯 정말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을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석대현 교수님과 학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저를 너무나도 잘 챙겨주신 방사선과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같이 실습 돈 친구들과 먹은 스시, 야키니쿠는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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