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4.20 13:28visibility 208
치바로 향하는 길제일 처음 일본 교환 학생 실습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아예 굳혔던 건 부산백병원 김태균 교수님, 해운대 백병원 문영수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일본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해 주시고 사진도 보여주셨을 때였습니다. 학사일정만으로도 벅차하는 저였지만 꼭 가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가게 되었습니다. 임상실습 교환학생 2기로 간다는 생각에 치바의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인제의대에 대한 이미지를 굳힐 수도 있겠다 싶어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잘해야 할텐데 라는 불안감과 함께 비행기에 탔습니다. 김해공항에서 출발하여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후 치바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의 구조나 광고의 배치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여 조금의 안정감을 느낀 후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레지던트 숙소에서 한 달간 지내게 되었습니다.치바의대, 치바대학병원에 대한 간략한 지식치바현은 도쿄의 동남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한자로는 千葉이라 쓰고'천개의 잎사귀' 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쿄중심에서 1시간~1시간 20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치바대학병원은 일본에서 2번째로 오래된 병원으로 공립이며 약 700병상 규모의 병원입니다. 원래 사립병원이었으나 지역사회에서 치바대학교에 병원을 기증하여 공립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카와사키 병의 토미카수카와사키 교수가 근무하셨던 바로 그 병원 입니다. 드라마 하얀거탑(일본판), 의룡1, 의룡2 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치바대학은 종합대학으로 니시치바 캠퍼스와 이노하나 캠퍼스 두개로 나뉘어지며 의약분야에서는 의대, 약대, 간호대가 있고 병원과 의약계열은 이노하나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마취과 실습일본의 마취과 의사의 일은 크게 수술마취, ICU (Intensive Care Unit) 환자관리, 통증클리닉으로 나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치바 대학병원 마취과는 이중 수술 중/수술 후 마취 관리에 집중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어서 저는 실습시간의 대부분을 수술실과/시뮬레이션 센터에서 보냈습니다.일본의 레지던트 수련제도는 도제(徒弟)식이며 한 개의 과에 교수님이 1분 계십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관심분야에 따라 과의 전체적인 방향 또한 크게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치바 대학병원 마취과의 이소노(ShirohIsono)교수님은 기도확보 및 수술 중 기도관리(Airway management)의 세계적 대가로 최근에는 레지던트 수련 방법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수술 중 환자 마취/기도 관리 시뮬레이션 시스템, 경식도초음파(TEE) 시뮬레이션 시스템 각 1대 총 2대가 시뮬레이션 센터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본과 4학년뿐만 아니라 레지던트 선생님들도 매 주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교육받는 일정이 정해져 있고 시설과 프로그램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우리나라는 남자 마취과 선생님이 많으신 반면 일본은 대부분이 여선생님이시며 마취과를 전공으로 희망하는 본과 4학년 학생들 역시 대부분이 여학생이었습니다. 출산휴가 후 복귀가 용이 하다는 것이 인기의 큰 이유랍니다 ^^;; 일본어를 거의 잘 하지 못하는 저로서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이소노 선생님과 이시카와 선생님이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시며 재일 교포이신 손경수 선생님과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신 야마무라 선생님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셔서 실습 도는 내내 큰 불편함 없이 실습을 돌 수 있었습니다.
실습 도중에 담당환자를 맡아 레지던트/펠로우 선생님 지도하에 수술중 마취의 induction 부터 extubation 후 환자 관리까지 직접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를 시작하기 전 미리 실제 환자분과 매우 흡사한 시뮬레이션 모델으로 반복하여 과정을 연습해 볼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돌아가는 길, 글을 마치면서
잘 짜인 임상실습과정과 경험, 지식도 참 좋았지만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며 제가 얻은 가장 값진 것은 '사람' 인 것 같습니다. 같은 또래의, 비슷한 고민을 가진 전공이 같은 일본인 친구들. 의사소통이 매우 원활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전자사전과 손발을 이용해서 서로를 이해시키려 했던, 떠나기 전날 기숙사에서 아이유 뮤직비디오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기억들, 교수님, 선생님들, 교학과의 선생님들, 일본은 떠나왔지만 끝나지 않고 계속될 인연들을 만든 것 같아 참 감사합니다.
긴 연휴가 시작되던 날이던 5월 2일, 4주 코스로 예정되었던 치바대 의과대학 임상실습에 참여하기 위하여 한국을 떠났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고, 일본을 개인적으로 다녀온 적도 없었기 때문에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치바대 의과대학 임상실습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졸업을 앞두고 나의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는 중요한 시기에 다른 나라의 병원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특히 내 스스로 실습을 돌고 싶은 과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소화기내과로 지원을 할 수 있었다.치바대 의과대학은 유서가 깊은 대학이며,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가와사키, 오카자키 등의 훌륭한 의사 및 과학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며, 일본 내에서 Top 10에 해당하는 의과대학이다.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기숙사(무료 wifi 사용 가능)를 1인 1실로 배정 받았는데, 시설이 예상보다 너무 좋았고 병원 바로 옆 1분 거리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4주 실습기간 동안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또한 병원 안에 식당이 직원 식당 외에도 다양하게 있었기 때문에 점심이나 저녁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치바대 병원의 소화기 내과는 크게 4개의 분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Portal hypertension, HCC & Hepatitis, Pancreas & Biliary,Gartrointestinal) 1주씩 돌아가면서 모든 분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과 다른 점을 생각해 본다면, HBV보다 HCV가 훨씬 흔하였고 이로 인하여 간경화나 HCC 환자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며, ERBD에 쓰이는 stent가 각각의 환자 상태에 맞게 활용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시술에는 본과 3학년 때 볼 기회가 없었던 HCC의 치료에 해당하는 TACE(transhepatic arterial chemoembolization), RFA (radiofrequency ablation)를 참관하였고 한국말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던 선생님께서 설명을 상세히 해주셔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소화기내과는 major에 해당되기 때문에 치바대 의과대학의 본과3학년들과 함께 실습을 돌았는데 학생을 위한 conference, lecture, patient presentation, OSCE 등을 자유롭게 참여 할 수 있었다. 특히 실습을 위한 모델을 통하여 실제 내시경을 삽입하여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처음에 치바대학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것을 갈 자격은 되는가, 망신만 당하진 않을까, 너무 놀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 배우진 않을까 그런 많은 걱정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습을 가기로 결정한 것은 요즘 한참 이슈인 의료제도의 문제와 한국 의료의 문제점에 따른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글을 많이 읽어 봤는데 타국 의료의 실제는 어떤지 궁금 했기 때문이었고 또한 타국의 의대생은 의사와 의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내가 선택한 과는 심장혈관외과였다. 한국에서 흉부외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힘들다, 바쁘다, 돈이 안 된다 등등 안 좋은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흉부외과가 중요한 과라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고 일본 의료에서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실습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 컨퍼런스를 하는데 lab과 영상 빼고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상당히 곤란했다. 하지만 항상 옆에서 도와주는 레지던트들이 있어 이해할 수 있었다. 스케쥴은 거의 매일 아침 컨퍼런스후 수술방 혹은 베드사이드 실습을 하였고 일정은 항상 바쁘게 돌아갔다.수술방에서는 내가 직접 카메라를 조정해서 수술을 참관 할 수 있고 옆에서 도와주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좋은 환경에서 실습 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참관 후부터는 직접 스크럽도 서고 어시스트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흉부외과 수술 참관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수술이 끝난후에는 환자를 직접 대리고 ICU에 입원하고 체크하는 것까지 모두 해야 일정이 끝이 낫고 수술후 처치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일본실습에 와서 단순히 참관만 한다고 생각 하였는데 교수님께서 직접 환자를 지정하여 수술전부터 신체진찰, 수술전 환자보고, 수술시 어시스트, 수술후 환자 케어까지 모두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직접 환자의 처음과 끝을 볼수있던 점이 아주 좋았다. 한국에서 서브인턴 실습 한 것과 비슷한 형식으로 실습 할수 있었다.레지던트들은 3파트로 나누어서 일을 했는데 수술방, 병실, 연구 이렇게 세파트로 나누어서 일을 하였다. 한국과 달랐던 점으로는 연구로 동물 실험을 하는 레지던트가 있다는 것과 수술방에서 2명은 어시스트를 하지만 한명은 항상 수술을 참관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방법이라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진짜로 트레이닝코스에 있는 의사라는 느낌도 받을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내가 한국에서 흉부외과 실습을 안해봐서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 했다는 것이다.
실습하는 내내 가장 좋았던 것은 레지던트들이 자신의 병원에 대한 충성심이 굉장히 강했고 본인이 심장혈관외과 의사라는 데에 커다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고 느낄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항상 흉부외과 의사가 왜 좋은지 대단한지 설명해 주었고 자신의 전공을 사랑하는 모습이 부럽고 나도 이러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다.실습은 전체적으로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수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온 학생이라 레지던트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케어를 받았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도와주어 마음 편하게 더 배워갈수 있었다. 지식을 배우는 느낌보다는 일본의사의 생활, 그들의 생각과 그들이 생각하는 일본의료의 문제점과 방향등 내가 어떤 의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1달내내 보고 느끼고 배우느라 정신 없이 시간이 갔고 행복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