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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대 해부학실습 체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7.04.20 14:13 232

 

김해공항을 가기 위해 눈 뜬 아침에는 다른 여느 아침과는 다르게 두근거렸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그 두근거림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평소에도 나는 해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고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의대에 지원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해부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편입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전형적인 의대생들이 하는 해부수업을 놓치게 되었고, 그 기회를 일본에서 가지게 된 것이었다. 꿈에 그리던 해부에 대한 경험과 더불어 일본의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니! 두근거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지었다.일본을 도착한 다음날, 바로 해부 실습실에 가볼 수 있었다. 동기들에게 들었던 한국의 해부시스템과는 사뭇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한 카데바에 10명 정도의 학생이 배정되어서 해부를 시행했던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한 조에 4명 정도가 배정되어 모든 학생들이 해부 실습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은 전체적이고 큰 구조물들을 중심으로 해부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일본에서는 카데바를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 심도 있게 관찰하였다. 두 나라의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포름알데히드의 냄새가 나지 않는 해부실의 환경이었다. 한국에서 직접 해부를 하지는 않았었지만 해부 시즌이 되면 복도에서 진동하던 해부실의 냄새가 해부실에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내가 배정된 조에는 조장인 마코토, 가토, 쇼, 그리고 겐 이렇게 4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힘들기도 했지만 짧은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 4명 모두 각자의 색깔이 있는 개성이 강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다. 해부를 하면서 간단한 수다를 떨면서 많은 얘기를 했고 그러면서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비록 나라와 언어는 다르더라도 의과대학 안에서는 결국 똑같이 양 많고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 어린 학생이었다.

해부를 하지 않는 날에는 동기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주는 순식간에 흘렀고 일본 친구들과도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되었다. 2주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유쾌하고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짧은 글안에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는 꼭 추천해주고 싶은 경험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기나긴 본과 1학년을 지나 2학년으로 올라가는 시기, 겨울방학. 이례적으로 7주간의 긴 시간이 주어진 시기였기에 이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것은 학기 중의 달콤한 상상이었다.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던 해부실습을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라고 한다면 우선은 규슈대학교의 인프라적인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수가 등의 문제로 인해 병원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의료재단에서 의과대학의 시설 투자에는 충분히 하기가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다소 달랐다. 의대와 간호대의 건물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기초의학, 임상의학, 학생 강의실, 교수 연구실 등등도 각기 다른 건물에서 위주로 진행되는 등 학생 교육을 비롯하여 의료 연구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하드웨어가 구축되어 있었다.

하드웨어 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해부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카데바 당 9명 가량의 학생이 해부를 진행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한 카데바 당 배치된 학생이 불과 4명밖에 되지 않아 좀 더 집중력 있게 실습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Jino 교수님의 Lab 투어에서 느꼈던 부분은 기초의학에서의 연구 역시 재단의 지원을 충분히 받으면서 연구하기 편리한 환경에서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의료 인프라가 대학 수준에서부터 잘 구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 느꼈던 부분은 일본인들의 의식 수준이다. 해부실습이 없는 동안에 자전거를 타고 후쿠오카 시내를 다니면서 많은 일본인들을 만났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이 지닌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을 존중하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올바른 개인주의의 정착을 볼 수 있었고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그들의 태도에서 일본인들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카페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꿈으로 여길 줄 아는 청춘을 보았고 허름한 포장마차인 야타이에서 자신의 일을 업으로 생각하는 장인정신을 보았다. 한국과는 다른,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배워야할 많은 의식들과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보았으며 이러한 부분들은 공부 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끝으로 이번 일본 실습에서 다녀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같이 해부를 진행한 같은 조원들이었다. 사실 가장 여행전에 걱정했던 부분은 해부 실습을 조별로 진행할 때에 같은 조의 일본인 친구들과 잘 어울릴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알게된 22조의 친구들 덕에 좋은 분위기 속에 실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Hirano, Higuchi, Higuchi, Higashi 이 네 친구들과는 귀국해서도 Line Chat을 통해 연락을 하였으며 앞으로도 이 인맥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지난 1월 7일부터 20일, 2주간 일본 큐슈 대학교에 해부 실습 교환 학생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지원자가 많지 않아 면접도 보지 않고 얼결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다녀오고 나니 그때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경험을 했지만 해부 실습을 했던 것과 실험실 견학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해부 실습을 처음 하러 갔던 날, 우리나라보다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쾌적하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해부인데, 옷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신발은 뭘 신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여행 중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이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가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큐슈대학교 측에서 우리들을 위해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써주시고 배려해주셨기 때문인데, 해부 실습 때 착용할 일회용 실습복과 장갑, 마스크, 머리를 쌀 수 있는 헤어캡 등이 모두 지급되었고 장화까지 빌려주셔서 정말 편하게 실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큐슈대학교 담당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해부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놀랐던 점은 한 조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던 점이다. 그만큼의 기증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모두가 같이 열심히 참여하는 분위기에도 놀랐다. 또 해부 실습실 특유의 불쾌한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해부 실습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개인별로 배당되어 스스로 관리하고 있었고 수량도 충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많은 수의 조원들이 한 번에 보려 하면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곳 대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부러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2명씩 상지와 하지를 각각 맡아서 진행한다고 했다. 실습을 하고 나서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서로 해 주는 것이었다.

3번의 실습에 참여하면서 나는 상지 쪽 실습에 주로 참여했는데 턱과 혀, 코, 눈, 그리고 얼굴의 혈관 분포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재작년 실습 과정에서 시간 부족으로 심도 있게 관찰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재미있게 해부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체를 잘 볼 수 있는 우리 학교의 시스템에서 공부를 하고 나서 세부적인 구조물들을 하나하나 모두 관찰하는 방식으로 해부 실습을 진행하니 이전에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험실 견학은 일정 중 하루였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다. 우리가 갔던 곳은 신경생리학을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그와 관련된 첨단 장비들을 다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고 온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연구를 하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간접적으로만 본 바로는 지루하기만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번 견학을 통해 본 실험실은 흥미진진함 그 자체였다. 나도 저 장비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스스로 어떤 사실을 알아내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본과 2학년 2학기 때 있는 특성화 과정이 내심 기다려진다.

   

이번 교환 실습 기간 동안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큐슈대학교 학생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점이다. 가 있는 동안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그렇게 가까워지지 못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때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혹시라도 다음번에 임상 실습 교환학생으로도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이번과는 다른 각오로 사람들을 대할 것이다.

좋았던 점도 있고 아쉬웠던 점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의과대학에 다니면서 꼭 한 번쯤은 참여해볼 만하다는 사실이다. 해부학 실습 참여가 아니더라도 외국에 나가 생활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한 곳에 이렇게 오래 머무르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 도시의 분위기를 여유 있게 느껴볼 수 있는 여행 기회는 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한 번 쯤은 용기를 내어 신청해 볼 것을 권한다. 다녀오고 나면 분명 정말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 말이다.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 규슈 의대에 2주간 해부실습을 다녀왔다. 사실 대단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한 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었지만, 정말 많은 경험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 규슈 의대에 도착해서 받아든 일정엔 3회의 해부 실습과 1번의 lab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여유로운 일정에, 3번의 실습이라도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옷을 갈아입고 배정된 23조에 도착하자, 살짝 긴장되는 분위기가 감도는 듯 했다. 짤막한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야 각자의 영어가 먹힌다는 것을 알고 서로 안도할 수 있었다. 우리의 영어에는 인간미가 살아있어서 가끔 말문이 막힐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야기해주려고 적극적으로 검색해보고 물어보고 해준 덕분에 해부실습에 관한 것 말고도 규슈대학교와 일본에 대해 궁금했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규슈의대의 해부 실습실은 인프라가 정말 잘 갖춰져 있었다. 조마다 환기구를 설치해 포르말린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고, 네 명이서 한 조를 구성해 한명 한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또 각 조의 자율성을 보장한 건지 학교 교육과정 방침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신을 부분 부분 잘라내어 구석구석 심도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한 조 안에서도 두 명은 트렁크를 해부하고 동시에 나머지 두 명은 스컬을 해부하며 나중에 서로 바꿔서 가르쳐준다고 했다. 나도 실습 가이드에는 없었던 파텔라와 십자인대를 보기 위해 혼자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런 방식의 집중적이고 심도깊은 해부도 장점이 많아보였다.

모교에서 했던 해부실습이 끝나고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두 번째 해부실습이라 개인적으로는 복습도 되고 같은 조원들에게 가르쳐줄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배운 게 더 많아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많고 몇 가지 구조물도 찾아주다 보니 크게 막히는 부분없이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었다.
랩투어에선 교환학생 프로그램 책임이신 Jinno 교수님이 현재 하고 계신 연구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인플루엔자에 걸리셔서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이후 일정은 다른 교수님과 함께 했지만, 그 분도 우리에게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시려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교내 실험실에서는 마침 연구를 진행 중이던 다른 학년 학생들도 만나서 그들이 하고 있는 실험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일정이 여유로운 덕에 남는 시간동안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2월 중에 일본 친구들은 큰 시험이 있어 함께하진 못했다. 그래서 같이 실습을 간 동기들끼리 따로 또 같이 놀러다녔는데, 북큐슈 레일패스를 끊어 구마모토, 벳푸 등 다른 도시로도 나가보고 하카타 내에서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일본의 후쿠오카만 세 번째 여행이었지만, 패키지에 묶여 돌아다니던 그 때와는 달리 더 현지의 분위기에 파묻혀 지낼 수 있었다. 잠시 내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될 동기나 후배에게 조언을 하자면, 후쿠오카 시내에서 자전거를 꼭!! 빌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수월하고, 교통비 걱정 없이 하루 이동 가능한 거리가 늘어나서 훨씬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물론 두 번째 해부실습부터는 숙소인 하카타 컴포트 호텔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로 다녔다. 10일에 달하는 자유 시간 동안, 하카타 시내를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다 자전거 덕분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이 갔던 친구들과는 으레 일본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더불어 보는 동기, 후배들 마다 꼭 기회가 된다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해보길 추천하고 있다. 이번 해부실습은 좁은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접하고 더 넓은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외국어 공부에 대한 새로운 목표도 만들고, 내 꿈을 다지는데 더없이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 1월 7일부터 20일까지 14일동안 큐슈대학교 의과대학에 해부실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2주동안 해외에서 체류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 의미가 많았고, 학업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넓고 평지라서 좋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학교는 병원 옆에 12층 짜리 건물하나 있는 것이 캠퍼스인데, 큐슈대학교 의과대학은 부지도 굉장히 넓었고 병원과 학교 모두 넓고 낮은 건물이었다. 물론 고층빌딩이 거의 없는 일본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금 부러웠다.

   

도서관 출입증도 받았었는데, 가볼 시간이 없어서 못 가본 것이 너무 아쉽다. 해부실습실에 들어갔을 때는 가장 신기했던 것이, 분명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카데바에서 안 나는 것이 아닌데 공기중에는 거의 없어서 정말 신기했었다. 실습실에서 물청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실습했던 날 중에서는 물청소를 한 날이 없어서 어떻게 청소하는지 볼 기회는 없었다. 해부실습을 진행하는 방식도 우리학교와 달라서 조원 친구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일본에서는 해부학을 1년 내내 하면서 굉장히 꼼꼼하게 해부를 한다. 우리가 처음 실습을 했던 날, 테이블 위에 있었던 것은 시상면으로 잘린 두개골과 골반이었다. 두개골의 바닥면은 실습때 보았었지만 시상면으로 뼈를 자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두개골의 단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해부 실습시간에 눈을 움직이는 근육들과 안구를 적출하여 모습을 관찰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일본에서는 해부실습을 자세히 하고 있었다.



2주동안 일본 현지인들 사이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생각해볼 것들이 많았다.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언어에 대한 것이었는데, 일본인들이 영어를 잘 못할 뿐더러 일본식 영어발음으로 해야 잘 알아듣고 영어로 질문을 하면 일본어로 대답을 해줘서 눈치껏 알아들어야 했다. 어떻게든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 다음으로는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힘들었다. 철도민영화정책 때문에 철도요금은 손이 덜덜 떨릴 만큼 가격이 비쌌고, 버스는 비교적 쌌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쌌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고, 아주 보편화 되어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편한 도로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 안 한다는 것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 역시 거의 분리수거 되고 있지 않았다. 일회용품 사용도 많았는데, 특히 음식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쓰는 것과 마트에서 비닐포장을 해주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 모든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묻히는지 정말 궁금했다.

부러웠던 것은 거리에나 지하철이나 어디든 혼자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조용하다는 것이 이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들도 분명 두 명 이상 같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떠들지만, 혼자 다니면서는 떠들 수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인 것 같았다.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식당에 1인 고객을 위한 테이블은 기본이었고, 마트에서도 소량포장 되어 파는 제품이 많았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1인 가구들을 위한 소량포장 제품들을 많이 팔고 있지만, 5,6년 전만 해도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식당들에도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테이블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본과 1학년을 학교와 집만 다니며 보내면서 조금씩 지쳐갈 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일본에 대해서는 예전 본과1학년 PBL때 일본학생 한명과 같은 조가 되어 같이 실습한 경험 외엔 전무후무하였다. 여행으로 간 적도 한번도 없었고, 일본어는 정말 기본인사 외엔 아무것도 알지 못해서 떨리기도, 걱정되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2주간의 교환학생은 나에게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

우선 우리 학교에서 항공티켓과 함께 교통편이 편리한 하카타역 근처에 호텔을 제공해주어 14일간의 일본 생활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큐슈 대학교 첫 방문때는 우리에게 따로 준비실을 제공해주셨고 혹시나 실습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하면 이용하라며 임시 도서관 학생증까지 준비해줄 정도로 최대한 배려해주어 너무 감사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예과2학년때 해부실습을 끝낸 상태였기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간의 해부실습을 비교할 수 있었다. 사실 해부실습은 실습 외에도 포르말린 냄새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꺼려하기도 하는데, 큐슈 대학교같은 경우 환기시설이 잘 되있어서인지 굉장히 깔끔하고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 신기하였다. 그리고 카데바를 여러 각도로 잘라 마치 아틀라스 해부학 책을 보듯이 정말 모든 면을 관찰하는 것은 나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것이었다. 이곳의 경우 우리학교에 비해 카데바 자체 수도 굉장히 많아서 4-5명에 한 카데바를 쓸 수 있어 확실히 더 많은 실습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기도 하였다.

prof. Jinno의 실험실 투어도 하였는데 일단 처음에 그분의 이력도 신기하였다. specialist로 정신과를 나와 정신과의사를 하시다가 정신과적 질환들의 기초의학적인 병태생리에 관심을 갖고 해부학교실로 다시 돌아와 연구중이신데 쥐를 이용하여 뇌의 여러가지 섹션에 관해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하셨다. 사실 정신과를 공부하면서 병태생리적인 측면에서 이유가 모호하고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는데 교수님의 연구를 들으니 정말 신기하였다.

같은 조의 일본인 친구들과 실습에서 처음 만났고 실습날엔 항상 같이 점심을 먹으며 그 시간 내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며 굉장히 많이 친해졌다.

   

지리적으로 위치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해서일까 언어도 가끔씩 비슷한 말도 있어 신기하였다. 큐슈 대학교 학생들이 열어준 welcoming party땐 같이 음주가무를 즐기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게임이 비슷하게 일본에도 있어 굉장히 신기하였다. 나중엔 우리나라 게임을 영어로 번역해서 알려주고 같이 놀기도 하였다.

14일은 사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구들과 정도 참 많이 들었다. 일본 친구들은 정말 친절하였고 내가 하는 사소한 질문에도 최선을 다해 답해주려 해 너무 고마웠다. 심지어 학식을 먹다가 "차"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학식에 있는 차로 다도를 배우기도 하였다. 나에게는 웃기지만 정말 소중한 기억 중에 하나였다. 같은 조 학생들 외에도 다른 친구들도 welcoming party때 와서 같이 친해졌고 몇명은 늘 같이 점심을 먹었다. 또한 소풍에 초대되서 검도부 학생들과 다자이후로 소풍을 가기도 했고 수업 후 같이 텐진에서 오꼬노미야끼를 먹고 수다도 떨며 여느 다른 나의 한국 친구들처럼 같이 놀곤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그 친구들이 참 그립고 빨리 다시 만나고 싶다.

이번 규슈 의과대학 해부실습체험은 모든 후배들, 동기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경험이었고, 오래도록 남아있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또한 해부실습 이외에도 일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규슈의대 해부실습이라는 좋은 기회를 주신 이병두학장님, 석대현교수님, 교학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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