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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대 해부학 실습 체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7.04.20 15:49 280

 

본과 1학년을 마치고 1월 4일부터 20일까지 일본 규슈의대 해부실습을 다녀오게 되었다. 본과 1학년을 마치었지만 편입생이었기 때문에 예과 2학년 커리큘럼에 있는 해부학을 이수하지 못하였다. 편입하기 전에는 의대에 들어가서 해부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해부학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했는데 마침 우리학교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첫 해부학이자 첫 해외여행, 지금 생각해도 두근거린다!

도착 다음날 아침부터 바로 해부학 실습에 참가하였다. 실습실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인사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긴장되었지만 실습실 안에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바로 실습에 투입되었다. 처음에 놀라웠던 것이 우리학교에서는 해부학실습실 근처에만 가도 실습실 특유의 포르말린 냄새가 났다. 하지만 여기서는 냄새가 훨씬 약했던 점이 인상 깊었다. 실습을 진행하면서 조원 친구들이 내가 해부학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니 몇 일전에 나갔던 진도부터 체크리스트를 통해 하나하나 찾아서 해부학 교재 그림과 비교해가며 설명해주었다. 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배려있는 조원들 덕택에 실습 조에 빠르게 융화될 수 있었다. 첫 날 오후에는 규슈대학 친구들이 우리학교 사람들을 위한 환영파티를 열어주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와서 환영해주었고, 서로 얘기도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외에도 실습 기간 동안 일본 친구들이 투어도 시켜주고 종종 만나서 같이 놀기도 하였다. 동아리 활동에 초대를 받아 일본식 CPR도 배울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눌수록 어딘가에서 들어왔던 전형적인 일본 사람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냥 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교 공부로 힘들어하고 유급을 걱정하며 우리랑 비슷한 것들을 좋아하는 그런 모습에 문화는 다를지라도 의학도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습이 끝나갈 무렵, 조원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유전학 수업을 청강하였다. 일본어로 수업을 하니 교수님의 말씀은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본과 1학년 때 배웠던 내용들이라 때로 들리는 유전학 용어와 칠판에 그려진 그래프를 통해 어떤 내용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수업 중에는 별 강조 없이 그 날의 주제에 관련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갔었다. 수업내용은 거의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2주 동안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친구들을 만났다. 앞으로도 규슈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내년에 후배들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잊지 못할 경험을 많이 하고 오길 바란다.

의예과 2학년에 처음 접했던 해부는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였다. 처음 카데바를 세척 할 때의 충격과 처음 등에 메스를 댔던 때의 떨림 그리고 해부실습의 익숙해짐은 아직 생각해도 신기하다. 그 신기함을 다시 느끼고자 큐슈 의과대학 해부 실습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의예과 2학년 말, 해부 실습이 익숙해지고 그다지 큰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에 약간 자책감을 느끼며, 임상 실습에 나가기 전 나를 다시 환기시키고 싶었다.

 

다시 시작한 해부실습은 처음인 것처럼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아마 일본과 우리나라의 방식의 차이도 한 몫 했을거라 생각이 된다.
우리나라 다른 대학이나 일본의 다른 대학을 겪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인제대학교와 큐슈 의과대학의 해부 실습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해부 방식이었다. 우리는 카데바의 피부, 근육 등만 절개 할 뿐 뼈는 실제로 자르지 않는다. 뇌를 볼 때 두개골을 여는 것이 뼈에 칼을 대는 단 하나의 과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팔, 다리, trunk, head&neck 모두 뼈를 잘라서 단면을 본다. 우리가 참여한 실습은 head&neck part와 pelvic part였는데, head&neck part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head 부위를 sagittal로 잘라 모든 sinus와 속 구조를 모두 살펴보았다. 안구도 적출해 모든 muscle과 nerve를 살펴보았다. 또 pelvic part 또한 배꼽부분을 잘라 trunk에서 inguinal part로 접근해가며 속 구조물을 살펴보았다. 세부분야를 잘 볼 수 있어서 이해도 잘되고 직접 확인하고 움직여 볼 수 있어 굉장히 좋았으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대부분의 작은 구조물들은 제대로 찾지 못하기 일쑤였다. 또, 해부 실습 중 main organ들은 따로 적출해 비닐 봉지 안에 알코올에 담궈 넣어 보관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장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잘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장기의 몸 속에서의 위치와 연결 구조 등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인제대학교에 비해 큐슈 의과대학에서의 소소한 장점 하나는 해부 냄새가 덜 난다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해부 실습이 있는 날이면 온 학교 건물이 포르말린 냄새로 가득 차는데, 일본은 환풍 시스템이 각 bed마다 있어서인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또 실습이 끝난 후 알코올을 부어 카데바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였다.

 

일본 학생들의 참여도는 우리 나라와 비슷했다.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고 또 그에 비해 덜 열심인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 참여도는 좀 달랐다. 우리나라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해부 실습을 진행했던 반면, 큐슈의대에서는 학생들이 조별로 presentation을 준비하여 발표를 하고 그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해부 실습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일본 자체 교과서가 있어서 그 교과서를 토대로 checklist를 작성, 실습을 해나갔다. 교과서는 매우 친절해서 어디를 자르시오, 어디를 들면 무슨 구조물이 보입니다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는데, 정말 탐이 났다. 우리 나라에도 그런 교과서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간 느낀 점이 아주 많지만 추려 보면, 이 해부 실습을 한 학기 모두 참여하면 아주 세부한 구조물을 모두 볼 수 있고, 그 작용 등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근육의 이는 곳, 닿는 곳과 신경 주행, organ들의 유기적인 위치 등을 보기에는 인제대에서 진행하는 방식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또 큰 part들도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는데 이 세세한 part들이 나중에 학생들 기억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렇게 해부 실습을 참여하게 되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고 이 기회를 누리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에 가서 이렇게 보고 배우고 느낄 기회가 있다면 꼭 지원하고 싶다.

 

지난 학기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의 내과 과목을 배우면서 각 분과별로 해부학 수업도 다시 들었다. 분명 예과 2학년 때 배웠던 내용인데도 새로웠고, 예과 해부 실습 때는 잘 몰라서 찾지 못했던 구조물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 번 더 해부를 해보고 싶었지만 우리 학교 시스템상 본과생이 다시 해부를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러던 중 일본 큐슈 의대에서 하는 해부 실습 교환학생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궁금했던 해부학적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 만 아니라 의학 선진국인 일본의 의료 환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2주 동안 큐슈에서 지내면서 나는 기대 이상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일본 의대생들이 얼마나 주체적이고 깊게 해부학을 공부하는지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고, 의대 연구실을 둘러보면서 일본 의학이 왜 발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과 같이 여행도 다니고 일본 친구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문화적인 교류도 많이 했다.

 

 

 우선 일본의 해부학 수업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해부를 시작하기 전에 매번 한조씩 오늘 할 해부에 대해 피피티를 만들어서 발표를 했다. 예습용이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담는다기 보다는 그 조 조원들이 간단하게 오늘 할 해부를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나면 교수님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고 임상 의사 선생님께서 임상의학과 연관 지어서 질병을 소개하거나 수술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하셨다. 이렇게 간단히 강의가 끝나면 조별로 알아서 해부를 시작한다. 한 조에 4~5명밖에 없어서 다들 열심히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체크리스트에 있는 구조물을 찾기 위해 책을 뒤져가며 열정적으로 해부를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일본어로 된 책을 찾아서 번역기를 돌려 영어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교수님을 불러서 여쭤봐 주기도 하였다. 역으로 나한테 물어보면 나도 한국 친구들, 선배들과 의논하여 가르쳐주었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해부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작년에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던 나의 해부학 실습 시간이 부끄러웠고 아쉬웠다.

 

우리 학교의 해부 실습과 또 다른 점은 큐슈 의대에서는 카데바를 다 분리하여 해부를 한다는 점이었다. 사지를 다 자르고 머리도 몸통에서 잘라낸 상태였다. 처음에는 너무 충격적이고 잔인하다고 느꼈지만 이렇게 하니 책에 있는 그대로 단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나는 머리 쪽을 해부하였는데 코의 안쪽면을 해부하면서 상상 속에만 있던 구조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내가 보고 싶었던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계통의 내장들을 다 꺼내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었고 일본 교수님들께 여쭤보면서 궁금증을 해결하였다. 해부 실습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많이 반성하고 왔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부학 실습이 없는 어느 날 우리는 담당 교수님인 Professor Jinno 교수님을 따라서 랩 투어를 하였다. 먼저, 교수님의 랩에서 현재 연구 중이신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장기간에 걸친 연구 끝에 조금씩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하셨다. 치매에 대한 연구였는데 임상에 쓰이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피피티 프레젠테이션으로 강의를 듣고 본격적으로 랩을 보여주셨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성능 좋은 현미경부터 해서 쥐를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 그리고 유전공학을 적용한 실험 기구 등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각 방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의사, 과학자 분들께 설명도 들었다. 한국보다 연구실이 많은 것 같았고 기구도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큐슈 의대도 우리 학교처럼 병원 옆에 의과대학 건물이 있다. 하지만 그 규모가 훨씬 크고 연구실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는 랩 투어가 끝난 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일본이 노벨상을 타는 데는 이렇게 탄탄한 연구 환경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의사가 임상의학을 하면서도 연구를 꾸준히 해야 의학이 발전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잘 구축된 일본의 연구 환경이 매우 부러웠다.

이렇게 해부 실습도, 연구실 구경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일본 친구들과의 시간이었다.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아직 학기 중이라서 다들 바쁘고 정신없을 것 같아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주었고 시간을 내서 많은 프로그램들을 함께 하였다. 처음에 웰컴 파티를 준비해 주었는데 교수님들까지 참가한 파티였다. 일본 친구들이 준비한 퀴즈를 풀며 조원들끼리 친해졌고 학교생활 얘기, 나라 얘기를 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의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통하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이후에도 텐진에서 레스토랑을 예약해 근사한 저녁을 먹기도 하고, 이자까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의 초대를 받아 같이 일본 술을 맛보기도 했다. 일본 전통 게임인 카르마 대회에 출전하는 친구가 있어서 단체로 다자이후로 응원을 가기도 했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한국 친구들과 놀 때처럼 편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Hikari 라는 여학생의 초대를 받아 그 친구의 집에 가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떡볶이와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는데 따뜻한 코타츠에서 일본인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마지막 날 페어웰파티가 있었는데 Yuki라는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느꼈다. 한국과 일본의 의대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비교해 보기도 하고 한일 관계에 대해, 그리고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서로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토의해 보기도 하였다.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 친구가 말했듯이 우리는 정치를 하는 사람도, 나라의 이익을 계산해야 하는 사람도 아닌 순수한 학생이기에 누구보다 진솔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나를 통해 한국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나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그리고 Yuki와의 대화를 통해 일본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음에는 일본어를 익혀 와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가고 싶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이번 해부 실습 교환학생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고 자산이 되었다.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해부 실습도 좋은 환경에서 한 번 더 할 수 있었고, 의사 과학자로서의 미래를 꿈꾸게 해준 일본의 연구 인프라도 직접 경험하였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일본 의대생 친구들도 생겼다. 2주간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실습을 통해 배운 것들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올 한 해도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더불어 세계적인 무대에서 소통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큰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 의사가 될 것을 다짐해 본다.

 

처음에 규슈 의대 해부학 실습을 지원하고 선발되었다는 문자가 왔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많이 되었다. 일본어를 조금도 할 줄 모르는데도 일본에 2주 정도를 친구들끼리만 가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출발하기 몇 일전에 모여 누가 대표를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되었을 때 내가 대표가 되어버려서 걱정이 몇 배로 늘어났다. 한 번도 대표 같은 자리를 해 본적이 없어서 배를 타는 그 순간까지도 너무 떨렸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인솔교수님들과 같이 갔던 동기, 후배들, 일본 규슈대학 교수님들과 현지친구들덕분에 오히려 너무 잘 지냈고, 우리 학교 친구들과 규슈 의대 친구들과 함께 추억도 많이 만들고 다른 의과대학의 교육 방법을 경험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실습에 지원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규슈 의대에서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여러 번 놀랐었다. 처음 놀란 것은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 카데바가 흉복부, 골반, 팔, 다리, 머리로 7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또한 필요한 경우 장기나 머리 부분은 다시 한 번 비닐 봉투로 싸서 알코올에 담궈서 보존을 하고 있었다. 이 방법은 분명 보존이 쉽고, 조원들이 분담하여 해부를 하기 좋으며 supine에서 prone, 또는 그 반대로 돌리거나 lateral 면을 보기 위해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카데바를 끙끙거리며 들거나 받히고 있지 않아도 돼서 편한 것 같았다. 그러나 흉부에서 팔로 가는 근육의 경우 중간에 잘린다던지, 마찬가지로 그러한 신경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사람에 따라 윤리적이지 못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놀랐던 것은, 물리치료사 과정을 밟는 다른 학교 학생들이 이 실습실에 와서 카데바를 관찰하고 해부실습을 하는 규슈의대 학생들에게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한 번 더 공부하고 알고 있는 것을 리뷰하는 좋은 경험을 규슈 의대는 제공하고 있었다. 이미 예과 2학년 때 해부학 과정을 끝냈지만, 많이 잊어갈 때 새로운 방법으로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어서 이후에 임상실습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한편으로는 모든 해부학 과정을 참여했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그저 바램으로만 남겨두었다. 우리 해부조였던 Anna, Kouske, Shohei, 그리고 조장이었던 Takuya 덕분에 해부를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었다. 해부를 진행하는 중간에 갑자기 외국인 친구가 들어와서 당황할 법도 한데도, 물어보는 것마다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부담가지지 말고 자유롭게 참여하라면서 직접 해부를 해보라고도 따듯하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매번 점심 같이 먹자고 물어봐 주고 쉬는 시간에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규슈의대의 해부학 교실을 담당하시는 Jinno 교수님께서 뇌 과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계셔서 이에 대해서도 강의를 들었다. 요즘 치매를 치료하려는 노력을 뇌 과학 분야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hippocampus를 타겟으로 한 연구를 하고 계셨다. hippocampus는 새로운 뉴론이 활발하게 생겨나는데(neuroplasticity) 나이가 들면 새로운 뉴론의 형성이 줄어든다. 이런 neuroplasticity를 조절하는 구조물이라고 알려진 perineuronal net이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고, 치매 치료제로 떠오른 mementin이 perineuronal net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 보는 연구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연구실과 실험실을 견학하였다. 영어로 강의를 일일이 준비해주시고, 우리의 질문에 꼼꼼히 답해주신 Jinno 교수님께 정말 감사했고, 연구실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신 조교님께도 감사했다. 

해부학 실습 시간 이외에도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규슈 의대 친구들과 CPR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CPR 동아리의 이름은 KLSA로 Kyushu Life Supporting Association이었는데, 여기서는 학생들이 동기나 후배들에게 CPR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 같이 실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다른 학생들을 따라서 우리 대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연습해보고, 어떤 학생은 일본어로 CPR을 하기도 했다. 이 동아리 일원인 학생들은 근처의 중학교나 고등학교 등에서도 CPR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하였다. 의대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멋있었다. 나는 이제 곧 본과 3학년이 되는데도 학생의사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고 "의사"의 역할이 무겁기만 한데, 이렇게 적극적인 규슈 의대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본받아야겠다.

 

 일본에서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추억이고, 또 값진 경험을 많이 하고 좋은 친구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본과 2학년이 되서라도 이 해부학 실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부족한데도 대표라고 믿어주고 도와준, 같이 실습을 간 현지 언니, 주은 언니, 현진이, 보수 오빠, 현준 오빠에게 고맙다. 또한 일본으로 갈 당시에, 최석진 교수님과 문영수 교수님께서 우리들을 잘 인솔해주셨기 때문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숙소로 이동하고 숙소 근처에 위치한 하카타 역 근처를 둘러볼 때도 함께 해주셔서 주변에 무엇이 있고 평소에 어떻게 지내면 되는지 계획할 수 있었다. 또한 규슈대학교 여섯 개의 캠퍼스 중 병원캠퍼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나 규슈의과대학 해부학실습 프로그램에 연계되는 과정에서 교수님들께서 잘 인도해주셔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만약 학생들끼리만 갔다면 분명 헤매었을 텐데 교수님들 덕분에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저희를 인솔해 주신 최석진 교수님, 문영수 교수님, 그리고 이런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해부학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신 학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이번(본2) 겨울방학에 일본 큐슈의과대학 해부실습에 지원하게 되었다. 일본의 의대생들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해부실습은 어떻게 다른지, 의대 시스템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러 가지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많은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4일에 부산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출발하여 후쿠오카의 하카타항에 도착했다.

 

그 다음날 부터 일주일에 2-3번 총 여섯 번의 해부실습이 있었고, 일본 친구들이 열어준 welcome party, 해부학교실 지도교수님이신 Sojo Jino 교수님의 lab tour가 있었다.
우선 해부실습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학교의 해부실습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순서는 각 조가 그날 진도에 대한 발표를 준비해서 수업 전 약 40분~1시간 가량 발표를 한다. 교과서는 atlas와 해부과정이 자세히 적힌 해부지침서 두 가지를 쓰며, 그림은 atlas를 보고 과정은 지침서를 보고 그 과정을 그대로 따라한다. 한 조에 4명이며, 두 명은 upper part, 나머지 두 명은 lower part를 맡는다.
내가 실습에 참여했을 때는 두 명은 facial part를 맡아 얼굴근육, 뼈, 신경, 혈관 등을 보고 eye ball을 보았고, 나머지 두 명은 pelvic part를 맡아 여러 층의 근육을 관찰하고 내부 장기를 관찰하였다. 내가 들어갔던 조가 매우 열심히 하는 조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part가 나뉘고 그중에서도 왼쪽, 오른쪽을 나누어서 하니 노는 사람이 없이 모두 열심히 해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뉘어서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표면의 신경이나 혈관 근육의 연결을 본 후에 각 부분의 뼈를 잘라서 나누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파트별로 나누기도 하지만 sagittal 방향으로 잘라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각 part를 잘라내기 전에 꼭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한번 더 복습해보고 자른다는 것이었다. 보통 오전시간에 해부를 하는데 8:40~9:40은 indication 발표시간이고 9:40~12:00정도까지가 해부시간이었다. 빨리 끝내는 조와 늦게 끝내는 조가 있고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정도 차이가 났다. 각자의 페이스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실습을 끝내는 분위기였다. 내가 들어갔던 조는 느리지만 자세히 보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다른 조들이 정리하고 간 뒤에도 남아서 그날의 진도를 끝낼 때까지 실습을 하였다. 그래서 내가 2년전 해부실습을 할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예를 들어, eyeball 해부를 하는데 muscle과 각 muscle에 innervation하는 신경들, 그리고 orbital fissure의 어느 부분으로 지나는 지 등 엄청 자세히 보게 되었다.

 

시설에서 더 좋았던 점은 각 조마다 해부 테이블 위쪽에 환기구가 있어서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고, 각 기관을 분리해 놓다보니, 봉지에 넣어둘 수 있고 봉지 안에는 알코올을 함께 넣어두어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학교의 경우 해부실습기간에 복도나 계단에 냄새가 많이 나고, 2년 전 해부실습을 할 때 어떤 조는 학기 중간에 카데바가 부패되어 각자 다른조로 흩어지기도 했었는데, 큐슈의대는 해부 실습실에서도 냄새가 많이 안 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전혀 안쪽에 해부실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또 공기 유해물질 측정하는 기구 같은 것으로 chemical농도를 측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 일본 학생들이 PBL실습을 하러 왔을 때에는 거의 일본 학생들이 들어간 조에서만 교류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갔던 첫 주에 많은 학생들과 교수님들께서 welcome party를 준비하여 학생식당에 모여 식사도 하고 게임도 하였는데, 그 문화가 너무 신기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기 때문에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일본 임상실습에도 지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국제 여객터미널로 가기 위해 전라남도 광주에서부터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편입으로 인제대에 온 나는 저번에 있던 의대에서는 해부학 실습을 못했기에 이번이 더욱더 소중한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해부실습 교환학생을 뽑는 과정에서 동기들의 양보도 있었기에 더욱 특별했다.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지 기대되었다. 또한 일본의 교육체계도 궁금해졌다. 규슈의대에 처음 등교한 날, 해부학 교수님과의 간단한 미팅 후 실습복장을 갖추고 실습실로 향했다. 우리 조에는 유키, 히토미, 마키야마, 히로키 이렇게 4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뭘 해야 될지 몰랐지만, 유키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금방 학교에 적응하였다. 해부 실습을 하면서 본과 1학년 동안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학생 4명당 카데바가 1개씩 주어졌고, 포르말린 대신 에탄올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매우 좋은 환기시설 덕분에 실습실 환경이 너무나 쾌적했다.

마사키, 토미 덕분에 의대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해 볼 수 있었다. 본과 1학년 때 한국어로 배운 CPR을 일본어 버전으로 다시 한번 더 배울 수 있어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야마모토 교수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일본 예절, 교육시스템 등 서로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시험과 과제가 쌓여있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시간을 아껴가며 저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일본친구들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규슈의대 해부학 실습은 물론이고 실습 외에 생화학 수업도 참관할 수 있었다. 또한 주말을 이용해 일본 전통 게임 '카르타'를 보러 신사에 가기도 하고, 일본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자까야를 찾아가 새로운 음식도 접해볼 수 있었다.

 

규슈의대 도서관에서 한국에서 준비해 온 해부학 책을 공부하기도 하고, 수업 외의 시간에는 놀러 다니다 보니 2주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마지막 해부실습 전날 편지지를 사서 25명 정도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다음날 한명 한명에게 "너무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편지를 나누어 주었다. 친구들 모두 이별을 아쉬워했고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말 함께 섭섭한 이별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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