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20:13visibility 68
작년 말, 실습이 끝나가던 즈음 학교 홈페이지에 신청기간이라고 올라온 소식을 듣고 교환학생을 지원해볼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일본의 의과대학과 교류가 맺어져 있어 PBL이나 해부학 실습 등 기회는 종종 있었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매번 망설이다 참여하지 않았었다. 일본어로 회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혼자 돌게 된다면 의사사통을 일본어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주변 선배들이나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했었는데 임상실습을 가면 각각 따로 돌게 되고 일본 사람들도 영어가 서툴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거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규슈의과대학의 임상실습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본과 3, 4학년 (일본에서는 5, 6학년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인제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본과 3학년 때 소위 '메이저'라고 부르는 과를 길게 돌고 4학년 때 '마이너' 중에 몇 가지를 골라서 실습을 돌지만, 규슈의대에서는 5학년 때 모든 과를 각각 1~2주씩 돌아보고 6학년 때 6개 정도의 과를 골라 한 달씩 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학생들은 같이 실습을 돌 때 이전 실습의 맛보기를 바탕으로 돌아보고 싶은 과를 돌며 더 심도있게 배우려는 태도가 강했던 것 같다.
4주간 피부과를 돌며 주로 병동에서의 처치, 수술을 참관하며 스태프 선생님들이 직접 환자들에게 시간을 충분히 들여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어 피부과의 지식뿐 아니라 환자와의 관계 형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피부과 교수(일본에서는 각 과당 '교수'라고 불리는 선생님은 딱 1명뿐이다.)님도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증상과 연관 지어 감별 포인트도 알려 주셔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외래/병동/병리/연구파트로 흩어져 있는 피부과 의료진들이 모두 모여 컨퍼런스를 했는데 전문용어도 많이 섞이고 속도가 빨라 다른 때보다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증상, 경과와 육안사진, 병리사진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종종 일과가 끝나면 담당 선생님께서 같이 피부과를 도는 6학년 학생들과 저녁을 사 주시거나 간단한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가 주셔서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 여가시간에는 동기들과 후쿠오카, 근교에 여행을 다녀오거나 규슈의대 친구들과 함께 야구경기 관람, 시내 구경을 했다. 일반적인 해외여행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장소들도 일본 친구들의 안내를 받은 덕분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원하기 전, 영어를 잘 못해서 걱정했었는데 막상 4주간 일본에 있으면서 영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일본어만 사용해서 영어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일본인들에겐 조금 서툴게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다들 내가 못 알아들은 부분이 있으면 쉽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해 주어서 실습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시라도 임상실습을 지원하는 데 영어가 걱정이 되어 망설이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꼭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