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20:20visibility 323
의예과 2학년에 처음 접했던 해부는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였다. 처음 카데바를 세척 할 때의 충격과 처음 등에 메스를 댔던 때의 떨림 그리고 해부실습의 익숙해짐은 아직 생각해도 신기하다. 그 신기함을 다시 느끼고자 큐슈 의과대학 해부 실습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의예과 2학년 말, 해부 실습이 익숙해지고 그다지 큰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에 약간 자책감을 느끼며, 임상 실습에 나가기 전 나를 다시 환기시키고 싶었다.
다시 시작한 해부실습은 처음인 것처럼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아마 일본과 우리나라의 방식의 차이도 한 몫 했을거라 생각이 된다.우리나라 다른 대학이나 일본의 다른 대학을 겪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인제대학교와 큐슈 의과대학의 해부 실습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해부 방식이었다. 우리는 카데바의 피부, 근육 등만 절개 할 뿐 뼈는 실제로 자르지 않는다. 뇌를 볼 때 두개골을 여는 것이 뼈에 칼을 대는 단 하나의 과정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팔, 다리, trunk, head&neck 모두 뼈를 잘라서 단면을 본다. 우리가 참여한 실습은 head&neck part와 pelvic part였는데, head&neck part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head 부위를 sagittal로 잘라 모든 sinus와 속 구조를 모두 살펴보았다. 안구도 적출해 모든 muscle과 nerve를 살펴보았다. 또 pelvic part 또한 배꼽부분을 잘라 trunk에서 inguinal part로 접근해가며 속 구조물을 살펴보았다. 세부분야를 잘 볼 수 있어서 이해도 잘되고 직접 확인하고 움직여 볼 수 있어 굉장히 좋았으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대부분의 작은 구조물들은 제대로 찾지 못하기 일쑤였다. 또, 해부 실습 중 main organ들은 따로 적출해 비닐 봉지 안에 알코올에 담궈 넣어 보관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장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잘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장기의 몸 속에서의 위치와 연결 구조 등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인제대학교에 비해 큐슈 의과대학에서의 소소한 장점 하나는 해부 냄새가 덜 난다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해부 실습이 있는 날이면 온 학교 건물이 포르말린 냄새로 가득 차는데, 일본은 환풍 시스템이 각 bed마다 있어서인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또 실습이 끝난 후 알코올을 부어 카데바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였다.
일본 학생들의 참여도는 우리 나라와 비슷했다.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고 또 그에 비해 덜 열심인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 참여도는 좀 달랐다. 우리나라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해부 실습을 진행했던 반면, 큐슈의대에서는 학생들이 조별로 presentation을 준비하여 발표를 하고 그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해부 실습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일본 자체 교과서가 있어서 그 교과서를 토대로 checklist를 작성, 실습을 해나갔다. 교과서는 매우 친절해서 어디를 자르시오, 어디를 들면 무슨 구조물이 보입니다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는데, 정말 탐이 났다. 우리 나라에도 그런 교과서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간 느낀 점이 아주 많지만 추려 보면, 이 해부 실습을 한 학기 모두 참여하면 아주 세부한 구조물을 모두 볼 수 있고, 그 작용 등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근육의 이는 곳, 닿는 곳과 신경 주행, organ들의 유기적인 위치 등을 보기에는 인제대에서 진행하는 방식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또 큰 part들도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는데 이 세세한 part들이 나중에 학생들 기억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었다.이렇게 해부 실습을 참여하게 되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고 이 기회를 누리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에 가서 이렇게 보고 배우고 느낄 기회가 있다면 꼭 지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