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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대 해부학실습 체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7.05.15 20:50 433

 

20031009 김강우 

실습을 돌기 전, 예과 때 잠시 스쳐지나갔던 해부를 다시 좀 더 아는 상태에서 배워보고 싶어 규슈의대 해부 실습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런 본 프로그램의 목적에 충실한 동기에서 지원한 해부 실습이었으나, 가서 정말로 배운 것은 조금 달랐다.

 

처음 목적이 그랬기에, 잘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출발 전에 여러 가지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의사소통 걱정, 다 잊어버린 해부학 걱정,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걱정 등의 근심으로 쌓아 올린 긴장감이 첫 날 담당 교수님의 한 마디에 무너졌다. '해부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등을 다니며 일본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비록 일본의 해부실습이 우리와는 약간 달리 해부학 실습 교본을 따라 뼈도 제거하고 사지도 절단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결과물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배울 해부학 지식은 없었다. 이에 우리가 정말로 경험해야 하는 것들이 다른 나라에서의 삶, 의사활동, 문화 등을 알아가는 데에 있지 해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해부 외에 별다른 계획이 없던 실습이 이 날, 매일 밤 다음날 일정을 짜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부시간엔 조원들로부터 일본 의과대학생의 삶을 듣고, 해부가 끝나면 규슈섬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일본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시간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천천히 하는 여행을 통해 나는 새삼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병원제도는 구분되어 대학병원으로 모든 사람이 몰리지 않았고, 병원 건물역시 예전부터 있던 건물임에도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또 의과대학 학생들은 생물학과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들으며 교류하고, 연구자의 길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는 점에서도,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이 꽤 보인다는 점에서도, 큰 도시의 역임에도 노숙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러한 생각에서부터,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등등의 말이 나오지만 아직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이번 해부실습은 역설적이게도 해부실 밖에서 체감한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밖에서 본 우리나라는 급한 발전 탓에 제도의 정비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대학생들의 꿈이 없었으며, 소외된 계층이 많았다. 이런 생각이 어느 과를 갈 지 정도에 국한되었던 진로고민을, 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 때 더 나은 사회가 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꿨다. 학생실습도 나가기 전인 지금 이 해답을 찾지는 힘들겠지만 고민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지금의 고민이 당장 졸업까지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의 길은 조금 달라지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내가 경험한 해부실습의 본질은 해외에서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느끼며 스스로의 생각의 폭을 넓게 하는 데에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괜한 걱정으로 해부실습을 가기를 주저하는 친구들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고민할 때 같이 가자고 자신 있게 권해준 치영이에게 고맙고, 이런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하다. 교환학생의 기회가 더 많아져 앞으로도 더 많은 학우들이 각자의 값진 경험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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