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21:02visibility 288
20141013 김신일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공부하고,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친분을 쌓는 일은 상상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다. 우리 학교도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입학 전부터 우리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보고 알고 있었다. 항상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행정실에서 큐슈 의대 해부학 실습 교환학생 모집 요강을 붙이자마자 지원서를 썼고, 운 좋게 경쟁을 뚫고 붙게 되었다. 사실 해부는 이미 예과 때 다 공부를 한 것이지만, 나에게 해부를 했던 예과 2학년 2학기는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처음 이곳의 의대구나를 느낄만큼 많은 공부량에 힘들었고, 그 와중에 체력적으로 힘든 해부학 실습까지 하려니 몸이 너무 힘들어 제대로 하지 않은 날도 많아 스스로에게 좀 부끄러웠던 날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해부학은 다 공부하긴 했지만 본과에 들어와 임상을 공부하면서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지적 욕구를 많이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을 때 더욱 기뻤다.
학교에서 비행기표와 숙소비를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일본에 체류하는 내내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숙소는 후쿠오카에서 제일 번화한 곳 중 하나인 하카타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가는 시간 이외에 도시를 둘러볼 때 아주 편리했다. 일본 친구들도 하카타역 근처 호텔에서 묵는다고 하니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처음 교수님과 함께 큐슈 의대를 방문 했을 때 느낌은 정말 좋았다. 우리 학교는 오르막길에 있고 대학 켐퍼스 같은 느낌은 없는데 비해 큐슈 의대는 의과대학, 치의과대학, 간호대학만 있는 켐퍼스 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넓고 평지에 있었다. 또 하시모토 병의 하시모토와 같은 의학사에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기리는 비석도 곳곳에 있었다. 해부학 실습은 첫날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처음 실습실에 들어가 자기소개를 영어 또는 일본어로 했는데, 난 중학교때부터 배웠던 하지메마시떼로 시작되는 자기소개를 처음 써먹었는데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친구들보다 호응을 잘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 일단 시설에 놀랐다. 우리 학교에서 해부를 할 때의 기억은 좋지 않다. 한여름에 해부를 하는데 긴 실험복을 입고 토시에 마스크까지 하고 찜통같은 지하실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지독한 포르말린 냄새를 맡으며 해부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학교도 15학번부터는 대대적인 해부학 실습실 공사를 해서 후배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해부학 실습을 하지만 우리학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일본 해부학 실습실은 베드마다 환풍구가 있고 그게 환풍통로로 연결이 되어 바깥으로 빠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포르말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눈도 따갑지 않았다. 또, 우리는 해부를 할 때 교수님이 몇 개의 조를 골라서 잘라서 단면을 보았는데, 여기서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단면을 잘랐다. 이를테면, 머리와 몸통을 자르고, 또 머리는 단면을 보기위해 반을 자르고, 상지와 하지를 분리시키기 위해 자르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 나라와 실습 문화도 조금 달랐는데, 우리는 7인 또는 8인 1조로 다 같이 해부를 하다가 손이 남으면 그냥 보고만 있다가 바꾸고 이런 식이었는데, 여기는 4인 1조로 되어 있고 또 상지와 하지는 동시에 해부를 진행하기 때문에 2명은 머리, 2명은 하지 이런식으로 따로 따로 해부를 했다. 또, 머리는 반으로 잘라 각자 해부를 했기 때문에 남는 손이 없었고 모두가 해부에 계속 참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신기했다. 게다가 해부학 실습실은 공사장을 방불케하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우리 학교는 전기톱 같은건 교수님들이 단면을 자르실 때만 사용하고 그랬는데 여기는 단면을 많이 보고 안의 세부 구조물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 온통 전기톱소리와 망치로 정을 내리치는 소리로 가득 차 흡사 공사장을 방불케하는 소음이 가득했다. 나도 세부 구조물을 보기 위해 정과 망치로 많은 부분을 깨서 보았고, 우리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여러 세부 구조물들을 직접 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저번 학기에 우리 학교에 PBL을 하러 치바 의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만났을 때 영어를 능숙하게 잘 해서 일본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고는 들었지만 의대생들은 잘 하나보다 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여기에 오니 생각보다 일본친구들이 영어가 서툴러서 좀 놀랐다. 그냥 그때 온 그 친구들이 영어를 잘 하는 거였다. 우리조 친구들은 영어 발음을 할 때도 일본식으로 발음을 해서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또 내가 영어로 말하면 잘 못알아들어서 내가 일본식으로 영어발음을 해주고 그래서 겨우겨우 의사소통을 했다. 또 해부학 용어도 우리나라는 영어 용어도 외우고 한자용어도 외우고 순우리말용어도 외우고 이러는데 일본은 일본용어만 외워도 돼서 영어 용어로 물어보면 몰라서 해부학책에서 내가 짚어서 물어보고 그래야만 했다. 그나마 그 중에 제일 잘 챙겨주던 히구치 준이라는 친구가 어떻게 해부해야 하는지 설명 해주면 대충 눈치로 따라서 찾아들어가고 그렇게 했다. 일본은 또 우리나라와 달리 해부학 교본에 해당하는 일본어로 된 책이 있었다. 우리 학교도 학교 홈페이지에 해부학 교본 영상을 올려주시고 수업시간에 틀어주시고 하는데 막상 들으면 까먹고 전날에 공부하고 갔어도 막상 카데바를 보고 그대로 하려니 기억도 잘 안나고 적용도 잘 안되는거 같아서 힘이 들었는데, 일본은 자세히 어떻게 해부를 해야 하는지 교본 책에 잘 나와있어서 그걸 보고 해부를 하는데 참 좋아 보였고 그 책이 탐났다. 나는 일본어를 잘 몰라서 친구가 설명해주는 것만 듣고 했지만 말이다.
첫날에 조원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너무 안돼서 답답해서 호텔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일년 전에 교환학생을 오기 위해서 일본어를 조금 공부해 놓았었는데, 거의 다 까먹었다. 혹시나 해서 쓸모있을까 하고 공부했던 책을 들고 왔는데 다시 복습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걸 공부했다. 많이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나서 내가 아는 일본어랑 영어를 섞어 쓰니 좀 더 대화가 잘 통했다. 일본 친구들도 일본어가 계속 느는거 같다며 칭찬을 해주어서 공부하는데 더욱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일본어로 친구들에게 맛있는 후쿠오카 라면집과 오코노미야끼집을 적어달라고 부탁해서 현지인 추천 맛집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해부가 끝난 점심때는 조원친구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일본에 관한 얘기 한국에 관한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학교 일과가 끝난 후에는 같이 맛있는 일본 라멘집에서 라멘도 먹고, 어떻게 먹어야 일본 라면을 잘 먹는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들었다. 일본 친구들과 같이 먹은 라면은 타이호 라멘, 한국말로 대포라면이다. 후쿠오카는 돈코츠라면이 유명하다. 돈코츠라면은 돼지뼈를 우려서 국물을 내 만드는 라면인데 그중에 제일 대표적인 브랜드는 이치란 라면이고, 일본 전역에 지점을 가지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현지 친구들이 추천해 줬던 대포라면은 이치란 라면과는 좀 달랐는데, 맛을 표현하자면, 학교 앞 밀양 돼지국밥 국물을 5배 정도 농축한 진한 국물에다가 면을 말아먹는 맛이었다. 면의 부드러움 정도도 결정할 수 있었는데, 바리카타는 매우 질김, 카타는 질김 이런식으로 되어있었다. 또, 국물을 남기고 면을 추가할 수 있는데, 그걸 일본어로는 가에다마라고 한다. 후쿠오카사람들은 매우 질긴 면인 바리카타로 항상 먹는다는 일본 친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맛있게 라면을 함께 먹었다. 또, 저녁을 함께 먹은 후에는 마치 김해의 놋그릇을 연상케 하는 일본 이자까야에 가서 같이 술을 마셨는데,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일본 친구들의 설명을 들으며 같이 마셨는데, 신선한 경험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우리끼리 일본 여기저기를 다녔다. 주로 식도락 여행이었는데, 장어 덮밥, 미슐랭 가이드를 받은 스시집에서의 우마카세 정식, 나가사키에서 먹는 나가사키 짬뽕, 일본 소 와규 맘껏 구워먹기, 일본 국민 버거인 모스버거, 페이스북에서 난리난 철판구이집인 텐진호르몬, 이치란, 잇쏘우, 일풍당, 타이호 등의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라멘집, 면발이 달랐던 우동 등 많은 것을 먹고 다양한 일본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준 학교에 정말 감사하고, 이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