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19:46visibility 148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 규슈 의대에 2주간 해부실습을 다녀왔다. 사실 대단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한 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었지만, 정말 많은 경험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 규슈 의대에 도착해서 받아든 일정엔 3회의 해부 실습과 1번의 lab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여유로운 일정에, 3번의 실습이라도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옷을 갈아입고 배정된 23조에 도착하자, 살짝 긴장되는 분위기가 감도는 듯 했다. 짤막한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야 각자의 영어가 먹힌다는 것을 알고 서로 안도할 수 있었다. 우리의 영어에는 인간미가 살아있어서 가끔 말문이 막힐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야기해주려고 적극적으로 검색해보고 물어보고 해준 덕분에 해부실습에 관한 것 말고도 규슈대학교와 일본에 대해 궁금했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규슈의대의 해부 실습실은 인프라가 정말 잘 갖춰져 있었다. 조마다 환기구를 설치해 포르말린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고, 네 명이서 한 조를 구성해 한명 한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또 각 조의 자율성을 보장한 건지 학교 교육과정 방침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신을 부분 부분 잘라내어 구석구석 심도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한 조 안에서도 두 명은 트렁크를 해부하고 동시에 나머지 두 명은 스컬을 해부하며 나중에 서로 바꿔서 가르쳐준다고 했다. 나도 실습 가이드에는 없었던 파텔라와 십자인대를 보기 위해 혼자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런 방식의 집중적이고 심도깊은 해부도 장점이 많아보였다.
모교에서 했던 해부실습이 끝나고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두 번째 해부실습이라 개인적으로는 복습도 되고 같은 조원들에게 가르쳐줄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배운 게 더 많아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많고 몇 가지 구조물도 찾아주다 보니 크게 막히는 부분없이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었다.랩투어에선 교환학생 프로그램 책임이신 Jinno 교수님이 현재 하고 계신 연구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인플루엔자에 걸리셔서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이후 일정은 다른 교수님과 함께 했지만, 그 분도 우리에게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시려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교내 실험실에서는 마침 연구를 진행 중이던 다른 학년 학생들도 만나서 그들이 하고 있는 실험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일정이 여유로운 덕에 남는 시간동안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2월 중에 일본 친구들은 큰 시험이 있어 함께하진 못했다. 그래서 같이 실습을 간 동기들끼리 따로 또 같이 놀러다녔는데, 북큐슈 레일패스를 끊어 구마모토, 벳푸 등 다른 도시로도 나가보고 하카타 내에서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일본의 후쿠오카만 세 번째 여행이었지만, 패키지에 묶여 돌아다니던 그 때와는 달리 더 현지의 분위기에 파묻혀 지낼 수 있었다. 잠시 내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될 동기나 후배에게 조언을 하자면, 후쿠오카 시내에서 자전거를 꼭!! 빌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수월하고, 교통비 걱정 없이 하루 이동 가능한 거리가 늘어나서 훨씬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물론 두 번째 해부실습부터는 숙소인 하카타 컴포트 호텔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로 다녔다. 10일에 달하는 자유 시간 동안, 하카타 시내를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다 자전거 덕분이다.한국에 돌아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이 갔던 친구들과는 으레 일본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더불어 보는 동기, 후배들 마다 꼭 기회가 된다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해보길 추천하고 있다. 이번 해부실습은 좁은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접하고 더 넓은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외국어 공부에 대한 새로운 목표도 만들고, 내 꿈을 다지는데 더없이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