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19:50visibility 172
지난 1월 7일부터 20일까지 14일동안 큐슈대학교 의과대학에 해부실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2주동안 해외에서 체류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 의미가 많았고, 학업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넓고 평지라서 좋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학교는 병원 옆에 12층 짜리 건물하나 있는 것이 캠퍼스인데, 큐슈대학교 의과대학은 부지도 굉장히 넓었고 병원과 학교 모두 넓고 낮은 건물이었다. 물론 고층빌딩이 거의 없는 일본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금 부러웠다.
도서관 출입증도 받았었는데, 가볼 시간이 없어서 못 가본 것이 너무 아쉽다. 해부실습실에 들어갔을 때는 가장 신기했던 것이, 분명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카데바에서 안 나는 것이 아닌데 공기중에는 거의 없어서 정말 신기했었다. 실습실에서 물청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실습했던 날 중에서는 물청소를 한 날이 없어서 어떻게 청소하는지 볼 기회는 없었다. 해부실습을 진행하는 방식도 우리학교와 달라서 조원 친구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일본에서는 해부학을 1년 내내 하면서 굉장히 꼼꼼하게 해부를 한다. 우리가 처음 실습을 했던 날, 테이블 위에 있었던 것은 시상면으로 잘린 두개골과 골반이었다. 두개골의 바닥면은 실습때 보았었지만 시상면으로 뼈를 자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두개골의 단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해부 실습시간에 눈을 움직이는 근육들과 안구를 적출하여 모습을 관찰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일본에서는 해부실습을 자세히 하고 있었다.
2주동안 일본 현지인들 사이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생각해볼 것들이 많았다.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언어에 대한 것이었는데, 일본인들이 영어를 잘 못할 뿐더러 일본식 영어발음으로 해야 잘 알아듣고 영어로 질문을 하면 일본어로 대답을 해줘서 눈치껏 알아들어야 했다. 어떻게든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 다음으로는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힘들었다. 철도민영화정책 때문에 철도요금은 손이 덜덜 떨릴 만큼 가격이 비쌌고, 버스는 비교적 쌌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쌌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고, 아주 보편화 되어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편한 도로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 안 한다는 것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 역시 거의 분리수거 되고 있지 않았다. 일회용품 사용도 많았는데, 특히 음식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쓰는 것과 마트에서 비닐포장을 해주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 모든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묻히는지 정말 궁금했다. 부러웠던 것은 거리에나 지하철이나 어디든 혼자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조용하다는 것이 이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들도 분명 두 명 이상 같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떠들지만, 혼자 다니면서는 떠들 수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인 것 같았다.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으니 식당에 1인 고객을 위한 테이블은 기본이었고, 마트에서도 소량포장 되어 파는 제품이 많았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1인 가구들을 위한 소량포장 제품들을 많이 팔고 있지만, 5,6년 전만 해도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식당들에도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테이블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본과 1학년을 학교와 집만 다니며 보내면서 조금씩 지쳐갈 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