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20:29visibility 145
처음에 규슈 의대 해부학 실습을 지원하고 선발되었다는 문자가 왔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많이 되었다. 일본어를 조금도 할 줄 모르는데도 일본에 2주 정도를 친구들끼리만 가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출발하기 몇 일전에 모여 누가 대표를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되었을 때 내가 대표가 되어버려서 걱정이 몇 배로 늘어났다. 한 번도 대표 같은 자리를 해 본적이 없어서 배를 타는 그 순간까지도 너무 떨렸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인솔교수님들과 같이 갔던 동기, 후배들, 일본 규슈대학 교수님들과 현지친구들덕분에 오히려 너무 잘 지냈고, 우리 학교 친구들과 규슈 의대 친구들과 함께 추억도 많이 만들고 다른 의과대학의 교육 방법을 경험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실습에 지원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규슈 의대에서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여러 번 놀랐었다. 처음 놀란 것은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 카데바가 흉복부, 골반, 팔, 다리, 머리로 7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또한 필요한 경우 장기나 머리 부분은 다시 한 번 비닐 봉투로 싸서 알코올에 담궈서 보존을 하고 있었다. 이 방법은 분명 보존이 쉽고, 조원들이 분담하여 해부를 하기 좋으며 supine에서 prone, 또는 그 반대로 돌리거나 lateral 면을 보기 위해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카데바를 끙끙거리며 들거나 받히고 있지 않아도 돼서 편한 것 같았다. 그러나 흉부에서 팔로 가는 근육의 경우 중간에 잘린다던지, 마찬가지로 그러한 신경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사람에 따라 윤리적이지 못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놀랐던 것은, 물리치료사 과정을 밟는 다른 학교 학생들이 이 실습실에 와서 카데바를 관찰하고 해부실습을 하는 규슈의대 학생들에게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한 번 더 공부하고 알고 있는 것을 리뷰하는 좋은 경험을 규슈 의대는 제공하고 있었다. 이미 예과 2학년 때 해부학 과정을 끝냈지만, 많이 잊어갈 때 새로운 방법으로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어서 이후에 임상실습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한편으로는 모든 해부학 과정을 참여했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그저 바램으로만 남겨두었다. 우리 해부조였던 Anna, Kouske, Shohei, 그리고 조장이었던 Takuya 덕분에 해부를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었다. 해부를 진행하는 중간에 갑자기 외국인 친구가 들어와서 당황할 법도 한데도, 물어보는 것마다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부담가지지 말고 자유롭게 참여하라면서 직접 해부를 해보라고도 따듯하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매번 점심 같이 먹자고 물어봐 주고 쉬는 시간에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규슈의대의 해부학 교실을 담당하시는 Jinno 교수님께서 뇌 과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계셔서 이에 대해서도 강의를 들었다. 요즘 치매를 치료하려는 노력을 뇌 과학 분야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hippocampus를 타겟으로 한 연구를 하고 계셨다. hippocampus는 새로운 뉴론이 활발하게 생겨나는데(neuroplasticity) 나이가 들면 새로운 뉴론의 형성이 줄어든다. 이런 neuroplasticity를 조절하는 구조물이라고 알려진 perineuronal net이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고, 치매 치료제로 떠오른 mementin이 perineuronal net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 보는 연구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연구실과 실험실을 견학하였다. 영어로 강의를 일일이 준비해주시고, 우리의 질문에 꼼꼼히 답해주신 Jinno 교수님께 정말 감사했고, 연구실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신 조교님께도 감사했다.
해부학 실습 시간 이외에도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규슈 의대 친구들과 CPR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CPR 동아리의 이름은 KLSA로 Kyushu Life Supporting Association이었는데, 여기서는 학생들이 동기나 후배들에게 CPR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 같이 실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다른 학생들을 따라서 우리 대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연습해보고, 어떤 학생은 일본어로 CPR을 하기도 했다. 이 동아리 일원인 학생들은 근처의 중학교나 고등학교 등에서도 CPR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하였다. 의대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멋있었다. 나는 이제 곧 본과 3학년이 되는데도 학생의사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고 "의사"의 역할이 무겁기만 한데, 이렇게 적극적인 규슈 의대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본받아야겠다.
일본에서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추억이고, 또 값진 경험을 많이 하고 좋은 친구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본과 2학년이 되서라도 이 해부학 실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부족한데도 대표라고 믿어주고 도와준, 같이 실습을 간 현지 언니, 주은 언니, 현진이, 보수 오빠, 현준 오빠에게 고맙다. 또한 일본으로 갈 당시에, 최석진 교수님과 문영수 교수님께서 우리들을 잘 인솔해주셨기 때문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숙소로 이동하고 숙소 근처에 위치한 하카타 역 근처를 둘러볼 때도 함께 해주셔서 주변에 무엇이 있고 평소에 어떻게 지내면 되는지 계획할 수 있었다. 또한 규슈대학교 여섯 개의 캠퍼스 중 병원캠퍼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나 규슈의과대학 해부학실습 프로그램에 연계되는 과정에서 교수님들께서 잘 인도해주셔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만약 학생들끼리만 갔다면 분명 헤매었을 텐데 교수님들 덕분에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저희를 인솔해 주신 최석진 교수님, 문영수 교수님, 그리고 이런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해부학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신 학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