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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대 해부학실습 체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7.05.15 21:09 377

 

20131067 이치영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본과 2학년이 끝나고, 일본 큐슈대학교 해부 실습을 가게 되었다. 해부... 나에게 해부 실습이란 친근하면서도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큐슈대학교 해부 실습에 지원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비록 한 마디의 일본어조차 이해할 수 없으며 해부를 아주 좋아하지도 않지만, 다른 나라의 의과대학 학생들은 어떤 수업을 받으며,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풀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지원하였다.

 

규슈의대 해부 실습에서 나는 여러 번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예상했던 해부 실습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해부 실습의 모습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제 본과 3학년이 되기에 지식이 늘어남으로 인해 과거 아무것도 모르고 해부하던 때와는 좀 더 색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막연히 다방면에서 선진국인 일본의 해부 실습이라는 선입견에 잡혀있었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을 수도 있다.

 

해부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 내가 예상했던 포르말린에 찌든 냄새라던지 카데바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아서 상쾌했다. 그리고 해부 실습을 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이고 색달랐던 점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하나의 카데바로 해부를 하였는데, 카데바를 정확히 4등분으로 잘라서 자신이 맡은 부분의 해부는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책을 참고하여 스스로 행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점 역시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만 교수님께 여쭤보는데, 교수님조차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 수준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고난이도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정말 해부 그 차제가 목적인 해부를 하였다. 우리의 해부 실습은 어떤 혈관을 찾고, 근육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보고, 장기들의 위치는 어떻는지를 보는 것과 같이 특정 구조물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목적이 이들은 정말 인체의 구석구석을 해부하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그 구조물이 무엇인지 그제서야 알아보기 시작하는 식으로 해부 그 자체가 목적인 해부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카데바와 그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행하지 않았던, 인체의 모든 부분을 해부하였다. 이 과정이 카데바와 그 유족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잔인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인체의 모든 부분에 대해 학습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우리가 너무 보수적인 틀에 갇혀 해부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번 해부 실습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으며 일본의 의대생들과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듣게 된 그들이 가진 미래 계획, 공부 하는 동기 등 작은 것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큰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해부 실습을 통해 보고 배운 경험들이 앞으로 내가 지향하는 의사의 모습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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