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21:07visibility 608
20141055 옥차형
치열한(!) 경쟁을 뚫고 큐슈 의대 해부학 실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년 선배님들의 체험기를 보고 일본 친구들과의 끈끈한 교류와 의대 탐방 등을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갔건만 이번 년도에는 환영 인사는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교류 유무는 일본 친구들의 학번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일본 친구들은 서로가 너무나도 안 친해 보였고 철저한 개인주의로 보였다. 그리하여 우리 인제대학교 실습 팀은 학생들과의 교류보다는 우리만의 일본 문화 탐방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물론 해부 실습 수업을 가장 중시했으며 가장 열심히 하였음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명한 사실임을 미리 밝힌다.나는 후배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인 먹거리를 중심으로 체험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일상의 조각이다. 따라서 이 주제는 이것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시작하기에 앞서 일본에서는 음식점이 금연 장소가 아님을 미리 경고한다. 온갖 사람들이 사방 팔방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다.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 너무 괴로웠다. 각오하고 가시기를 바란다.
라멘 큐슈가 돈코츠 라멘의 본고장이다보니 미소 라멘, 시오 라멘 등 다른 종류는 거의 볼 수 조차 없었다. 나는 '이치란 라멘', '타이호 라멘', '일풍당 라멘', '잇소 라멘'을 먹었다. 이치란 라멘은 가장 전형적인, 베이직한 돈코츠 라멘이며, 타이호 라멘은 더 국물이 진하여 개금 밀양 삼대 국밥에 면을 푼 맛이었다. 일풍당은 두 곳을 먹어봤는데 한 곳은 너무나 심심했으며 한 곳은 너무나 짰다.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 잇소 라멘은 더욱 진하고, 묵직하며 깊은 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잇소, 타이호, 이치란, 일풍당 순으로 맛있었다. 이치란 라멘은 봉지 라면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기념품으로 한국에 사 들고 오기도 좋을 것이다. 나 역시 그리 하였으며, 방금 끓여 먹어보니 의외로 잘 구현해 낸 맛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스시 일본을 왔으면 한번 쯤은 스시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스케일 크게 비싼 집으로 한번 사치를 부려 보기로 했다. '야마나카 스시 본점', 무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음식점이었다. 우리는 주방장이 알아서 자신 있는 메뉴를 내놓는 오미카세 세트를 먹었다. 가격이 5000엔 이상이라 적혀 있어서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 만엔을 넘어가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먹고 보니 5400엔 정도가 나와서 안심이었다. 확실히 차원이 다른 맛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의 음식관은 맛이 일정 퀄리티를 넘으면 양을 더 중시하기에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괜찮은 경험으로서 추천하는 바이다.
고기'카와미야 함바그'라는 곳을 갔다. 고깃덩이를 조금씩 뜯어 뜨거운 돌에 익혀 먹는 곳인데, 먹는 과정에서의 이러한 즐거움이 풍미를 더했다. 밥과 샐러드 무한리필이라서 행복했다. 한참을 줄 서서 먹어야 했는데 모두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매우 맞는 맛집이라는 소리이니 한번쯤은 가보시기를 바란다.
'타규(多牛)'라는 소고기 집도 갔다. 맛집이다 보니 예약해서 먹어야 하는 곳이다. 고기는 항상 옳은 것이니 맛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고기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풍부했다. 다만 돈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지 모두가 음료수를 적어도 하나씩은 시켜야 했고, 불판을 바꾸는 것에도 돈을 받았다. 그리고 환기 시설이 참으로, 매우 미흡했다(하나도 안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따라서 연기로 가득 채워진 좁은 공간에서 눈물 흘리고 기침하며 고기를 입에 끌어 넣어야 했다. 그래도 혀는 즐거웠다. 이것은 보장할 수 있다. 가격도 나름 괜찮았다.
기타 하카타 역의 '톈진 호르몬'도 맛있다. 곱창과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한국과는 다른 곱창 맛이라 흥미로웠다. '모츠나베'라는 곳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 친구들이 하도 추천해서 가기로 했으나, 묘하게 나의 본능이 그곳에 가는 것을 말려서 나는 혼자 맥도날드를 먹었는데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맛없다고 한다(개인 차가 있을 수 있으니 모험하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다). 마지막으로, 만약 다자이후 텐만구를 간다면 입구에 있는 매화빵은 먹지 않기를 바란다. 더 안에 있는 매화빵이 맛나다. 또한 나가사키의 운젠시로 관광을 간다면 제일 처음 있는 음식점에서 오므라이스는 먹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차라리 나가사키 짬뽕을 얌전히 드시기를.책 안의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어진 시야를 얻고 공부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학장님, 교수님, 관계자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