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Menu

이태석국제의료봉사단, 미얀마 의료봉사 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8.08.02 17:25 164

 

 

“꺼마우 시미따!”
쉐비다 지역병원에서 의료 봉사를 시작한지 3일 째. 오늘 할, 진료를 준비하기 위해 그날도 줄을 선 많은 지역사람들을 지나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귓가에 저 말이 들리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여섯 명의 사람이 저희를 향해 그렇게 말을 해주어, 무슨 뜻일까- 들어가면서도 꽤나 궁금해 하였습니다. 미얀마 어라고 생각했던 저는, 통역을 담당하던 언니에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물어보았으나 잘못들은 것이 아니냐는 답변만 돌아왔고 하루 종일 그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꺼마우 시미따, 꺼마우 시미따.” 호텔로 돌아와 두어 번 입에 그 말을 내뱉어보자 그제야 그 말이 '고맙습니다.'를 서투른 말로 표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재미있었게 들었던 것은 ‘건강사정’이라는 이름의 과목이었습니다. 환자에게 질문을 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라포를 형성하고, 그리고 환자가 어디가 아픈 것인지 사정을 해보는 과정 전부 흥미롭게 들었던 강의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로 배우는 병원과 임상에서의 병원은 달랐습니다. 병동을 중점적으로 진행되었던 실습은 그런 것이 활용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게 이틀째가 되는 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통증의학과에 업무가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근무 교수님과 함께 일하며 저는 배웠던 지식을 하나하나 이해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증상을 보고 Osteo arthritis 인지 Rheumatoid arthritis 인지 구별해 보기도 하고, 환자의 상태 따라 약물을 어떻게 처방해야하는지, 무슨 테스트를 하여 환자상태를 판단하는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나오자 저는 두근거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시험을 칠 때의 기분과는 달랐습니다. 제가 아는 지식이 환자에게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것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니, 진심으로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습하면서 임상에서 닦았던 실력을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내과 진료를 환자들의 BST를 체크하였고, 접수처에서는 실습 때 수십 번을 반복했던 V/S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학년이 되면서 이 지식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감이 많이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운 것이 활용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함께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제가 배운 것을 베풀 수 있기를 바라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안타까움과 웃음이 넘쳐나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심한 당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해 심각한 당 수치를 기록하는 환자, 아이가 유산되었음에도 임신 2개월째라 여기며 아이를 걱정하는 환자 등 안타까운 환자가 있었던 한편. 드디어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가지고 가는 환자, 다리 아픈 것이 나아져서 정말로 기뻐서 다시왔다고 말하는 환자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밍글라바-, 밍글라바-” 안녕하세요. 라는 웃음을 가득 담고서 오가는 인사가 그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감정들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두근거림, 건강한지 알아보고 싶은 궁금함 등이 스쳐지나가는 그 인사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다녀온 봉사가 어땠는지 묻는다면 저는 의료진과 환자가 면대 면으로 앉아 고민을 나누고 들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봉사였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은 아파지고, 기본적으로 하루에 100명은 넘는 환자를 봐야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일어났을 때는 어깨가 뭉쳐서 스트레칭을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병원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여러 표정을 볼 때마다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을 가지고 병원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미얀마를 향해 봉사활동을 다시금 가고 싶다고 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밍글라바!” 웃으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오고 싶습니다-로 감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