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8.08.23 14:53visibility 208
’교환 학생‘ 말만 들어도 정말 설레는 단어이고 대학생 생활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이다. 교환 학생은 항상 내가 바래왔던 것이지만 유창하지 못한 외국어 때문에 망설였고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찰나 나에게 일본 치바대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고등학생 때 일본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해서 1년동안 배운 경험이 있었고 일본을 3번이나 여행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많은 낯설음을 주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여행은 짧은 기간 관광지를 위주로 다녀온 체험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는 이전과는 다른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장기간 외국에 있으면서 외국 전통의 문화와 음식을 체험함은 물론 그 도시의 주민처럼 장기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나의 모토였기 때문에 더더욱 설렘을 가지게 되었다.
석대현 교수님과 나리타 공항을 거쳐 난생 처음와보는 치바라는 도시에서 새로운 일본 친구들을 만난 것이 일본 생활에서의 첫날이었다. 감사하게도 Shiichi, Satomi, Sao를 비롯한 십여명의 학생들이 다른 국제교환학생들과 나를 위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큰 환대를 받으며 첫날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날 교육관리부의 Tanaka가 병원 여기저기를 소개해주며 치바대학의 의과대학 교육환경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그녀가 보여준 것들은 굉장히 잘 갖추어진 컨퍼런스룸, 넓은 술기 실습실 그리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이었다. 의과대학 학생교육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치바대학에는 캐나다 출신의 General medicine doctor인 Daniel 교수님이 오래전부터 근무하면서 의과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레지던트들을 위한 English medical language 수업이나 General medicine와 관련된 History taking, Physical examination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였는데 모든 의과대학 일원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치바대학의 목표가 보였다. 나도 매주 이 수업에 참여해보았는데 General medicine에 관련된 수업을 정말 체계적이고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 수업 중간중간에 학생이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며 영어 프리토킹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너무 맘에 들었다. 본과 4학년까지 배웠던 모든 진료과정과 술기들을 한글이 아닌 영어로 다시 복습한다는 것이 또다른 재미였다.
일본에 도착한 뒤 첫 번째 월요일부터 성형외과의 실습이 시작되었는데 외래에서는 교과서에 잠깐 보고 지나갔던 Treacher collins syndrome, Cranial abnormality을 비롯한 congenital disease를 가진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보았다. 또한 Neurofibromatosis 환자의 nodule excision과 plastic surgery, Scaphocephaly를 가진 환아의 두개골 재건술, Lymphedema 환자에게 시행하는 Lymphovenous anastomsis, 양악수술, 안와골절 재건술, Trauma로 인해 피부가 뜯겨나간 환자에게 시행하는 Fasciocutaneous propeller flap 같은 접하기 힘든 수술들을 많이 보았다.
놀랍고도 부러웠던 점은 이러한 어려운 수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선생님들은 항상 웃으며 유머러스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환자들과도 굉장히 좋은 라포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질병의 정도가 심각하고 드문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는 환경이라 모든 의사들이 그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를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한명의 환자당 15분의 외래진료 시간, 의사 한명당 일주일에 많아도 3개 이하의 수술로 각각의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본의 의료체계같은 환경에서 진료하고 싶다는 소망 또한 품게 되었다.
치바대학 안에서의 실습 교육외에 교환학생 생활동안 항상 나를 챙겨주고 일본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었던 성형외과 카에 의사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녀는 임신 7개월 차의 힘든 몸임에도 불구하고 차로 두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서 태평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치바현의 구주쿠리 지방을 구경시켜주고 소유(간장) 소스 공장을 견학시켜주셨다. 그 외에도 학교 내에서 점심을 챙겨주고 일본에 관한 많은 얘기를 하며 일본에 관한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셨다.
이번 교환학생 실습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만 얻고 온 것이 아니었다. 카에 선생님 뿐만 아니라 선생님자매학교 실습생이라며 꼼꼼하게 챙겨주고 반겨주셨던 성형외과의 미츠카와 교수님, 쿠리야마 선생님, 아키타 선생님, 쿠보타 선생님, 오가타 선생님, 미도리 선생님, 타무라 선생님, 마에이 선생님, 이시이 선생님에게 잊지 못할 따뜻한 감동을 받은 시간이었으며 히데오, 요시나가, 사토미, 사오와 같이 친절하고 재미있는 일본인 친구 사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머지않은 날에 다시 한번 치바를 방문하여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감사했고 아름다웠던 치바대학을 그리며 훌륭한 의사가 되어 다시 그들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