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4.20 17:04visibility 536
20141003 공보혜
큐슈대 의대 해부학 실습 공고가 붙었을 때부터 마치 입시 시절의 그것과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평소에 타국의 의료에 관심이 많아서 거창하게는 일본의 의료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했고, 소소하게는 일본의 의대생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가 궁금했다. 또한, 해부학 실습은 공부한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여태까지 내가 배워온 과정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이 해부실습 교환학생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이 간절함이 잘 전달되었는지 큐슈대 의대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고, 부푼 가슴을 안고 같은 조가 되는 일본인 학생들과 무슨 대화를 할지, 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줄지 같은 고민들을 하면서 출국 준비를 했다.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니 이륙에서 착륙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이라는 심리적인 거리감 때문에 몰랐는데 거의 제주도에 가는 것만큼이나 가까워서 놀랐다. 일요일에 도착했기 때문에 체력을 아끼고자 숙소에서 짐을 적당히 풀고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다음날 학교에 갈 채비를 했다.일본의 대중교통은 크게 4가지가 있는데, 지하철, 버스, 전철, 그리고 JR이 있다. JR은 Japanese Railway의 준말로 지하철과 거의 비슷한데 지상으로 다닌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교통비가 조금 비싼 편이고, 우리나라와 달리 거리에 정비례하여 교통비가 늘어난다. 우리의 숙소는 부산의 서면 격의 교통중심지인 하카타역 바로 옆에 있는 Comfort Hotel Hakata 였다. 여기에서 JR을 타고 한 정거장만 이동한 후 조금 걸어가면 큐슈대 의학부가 위치한 곳이 나온다. 큐슈대는 종합국립대학이며 의학부 예과, 본과, 그리고 의학부를 제외한 일반과가 따로 떨어져 있다. 의학부 예과는 후쿠오카 번화가인 하카타 지역에서 한 시간정도 떨어져 있는 근교에 위치해있으며 기숙사가 없어 다들 그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고 했다. 본과가 되면 도심에 좀 더 가까우며, 큐슈대학병원 바로 옆의 의과대학 건물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첫째 주 월요일의 해부학 실습은 오후였다. 안내를 맡아주신 교수님께 해부학 수업 일정 등을 전달받고, 교수용 출입문 옆의 대기실을 탈의 장소로 쓰도록 허락을 받았다. 실습실 문을 열기 전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어서 굉장히 긴장했는데, 교수님께서 (해부 실습을 빨리 진행해야 하니) 간략하게만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처음에는 영어로 이름과 학년을 말하고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일본어로 인사했더니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해 주었다. 짧게나마 일본어를 해 주면 다들 좀 더 쉽게 마음을 열어주니 자기소개시 일본어를 한 줄 정도 섞어주면 좋다.일본의 해부 실습실은 첫째, 독한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 환기통로가 해부실 전체뿐 아니라 테이블마다 따로 있어서 냄새가 퍼지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버린다. 또한, 그 날의 해부를 마치고 나서 알코올과 포르말린으로 카데바를 소독하는 작업을 매번 하기 때문에 냄새가 더 빨리 빠진다.둘째, 우리나라와 비품을 쓰는 방식이 달랐다. 인제대에서는 장갑이나 마스크, 앞치마와 같은 비품들이 학교에서 제공되지만 큐슈대에서는 이러한 비품들을 모두 개인이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해부 도중에 장갑이 찢어져서 옆에 통째로 놓아져있는 장갑을 하나 빼서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장갑 주인에게 물어보고 써야 한다고들 했다.셋째, 우리나라와 실습 진행 방식이 많이 다르다. 단원별로 체크리스트가 있는 점은 비슷했으나 상지와 하지를 동시에 진행하며, 전체 조원 4명 중 두 명은 상지, 두 명은 하지를 맡아서 각자의 분량을 각자가 한다. 우리 조에서 나를 담당해 준 오가와라는 학생은 상지를 맡았는데, 수업 할 때 영어를 전혀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로 된 의학용어를 모르는 나를 위해서 아틀라스를 뒤져가며 영어로 된 구조물 이름을 일일이 가르쳐주었다. 물론 이미 한국에서 해부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특정 구조물을 찾아야한다고 오가와가 영어로 말해주면 그 구조물을 어떻게 찾아야하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큐슈대에서는 체크리스트가 인제대보다 덜 빡빡하고, 해부 교본이 특정 구조물을 찾으면 그 주변 구조물은 모두 무시하고 자르거나 떼어버리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인제대에서는 해부 도중 특히 훼손하기 쉬운 혈관이나 신경이 체크리스트에 많았기 때문에 다들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레 해부했는데, 일본에서는 일단 파거나 자르거나 떼어버리고 나서 크고 찾기 쉬운 구조물만 관찰하는 듯했다. 일본만의 장점도 있었는데 카데바를 분리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골반 내의 구조물, 두개골 내부의 구조물을 모두 분리한 후 관찰하는 방식을 채택한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육이나 신경, 혈관의 전신 주행을 파악하기 힘들게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방식과 한국의 방식을 모두 채택하여 두 가지 방식으로 카데바를 관찰하면 더욱 인체의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조원들에게 해부실습 이외의 수업 분위기에 대해서도 질문해보았다. 큐슈대는 인제대보다 시험과 진급에 대한 기준이 엄격했다. 전체 120명가량의 학생 중 매해 20명 가까운 인원이 진급에 실패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당시는 시험이 2~3주가량 남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다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부할 양은 어차피 많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공부를 해두는 식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의대 건물 내에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과 같은 공간이 따로 없었고, 도서관 건물도 큰 규모에 비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적어서 다들 학교 식당 안이나 집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무거운 전공도서와 수많은 프린트물을 이고 다니며 공부할 장소를 찾아다닐 큐슈대 학생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학교 식당에서 같은 조원들과 함께 점심을 한 번 먹어봤는데, 메뉴의 종류가 최소 6가지였고 뷔페식 식당처럼 원하는 메인메뉴와 사이드메뉴, 음료 등을 식판에 담은 뒤 후불계산을 하는 방식이어서 신선했다. 토마토 라면이라는 메뉴를 골라봤는데 국물 있는 스파게티같은 맛이었고 맛의 수준이 꽤 높았다. 가격은 음료 포함 600엔 선. 요리만 시키면 4~500엔 선인 셈이다.
일본에서는 해부 쉬는 시간에 내가 먼저 다른 조 아이들에게 가서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약속을 잡아서 수업이 끝난 후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놀러 다녔다. 그러면서 동아리 활동에 대해 듣는다던지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맛집을 추천받는다던지 하며 일상을 많이 공유했다. 개인적으로 큐슈대학생들과의 교류가 좀 더 많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수업을 청강하거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보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더 요구하지 못했다. 해부 실습 이외의 시간에 큐슈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스스로 학생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내년 해부실습에 참여해보는 후배들은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면 꼭 적극적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궁금했던 활동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부탁해보길 권한다.
20031009 김강우
실습을 돌기 전, 예과 때 잠시 스쳐지나갔던 해부를 다시 좀 더 아는 상태에서 배워보고 싶어 규슈의대 해부 실습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런 본 프로그램의 목적에 충실한 동기에서 지원한 해부 실습이었으나, 가서 정말로 배운 것은 조금 달랐다.
처음 목적이 그랬기에, 잘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출발 전에 여러 가지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의사소통 걱정, 다 잊어버린 해부학 걱정,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걱정 등의 근심으로 쌓아 올린 긴장감이 첫 날 담당 교수님의 한 마디에 무너졌다. '해부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등을 다니며 일본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비록 일본의 해부실습이 우리와는 약간 달리 해부학 실습 교본을 따라 뼈도 제거하고 사지도 절단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결과물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크게 배울 해부학 지식은 없었다. 이에 우리가 정말로 경험해야 하는 것들이 다른 나라에서의 삶, 의사활동, 문화 등을 알아가는 데에 있지 해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해부 외에 별다른 계획이 없던 실습이 이 날, 매일 밤 다음날 일정을 짜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부시간엔 조원들로부터 일본 의과대학생의 삶을 듣고, 해부가 끝나면 규슈섬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일본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시간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천천히 하는 여행을 통해 나는 새삼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병원제도는 구분되어 대학병원으로 모든 사람이 몰리지 않았고, 병원 건물역시 예전부터 있던 건물임에도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또 의과대학 학생들은 생물학과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들으며 교류하고, 연구자의 길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는 점에서도, 노인들이 일하는 모습이 꽤 보인다는 점에서도, 큰 도시의 역임에도 노숙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러한 생각에서부터,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등등의 말이 나오지만 아직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이번 해부실습은 역설적이게도 해부실 밖에서 체감한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밖에서 본 우리나라는 급한 발전 탓에 제도의 정비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대학생들의 꿈이 없었으며, 소외된 계층이 많았다. 이런 생각이 어느 과를 갈 지 정도에 국한되었던 진로고민을, 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 때 더 나은 사회가 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꿨다. 학생실습도 나가기 전인 지금 이 해답을 찾지는 힘들겠지만 고민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지금의 고민이 당장 졸업까지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의 길은 조금 달라지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내가 경험한 해부실습의 본질은 해외에서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느끼며 스스로의 생각의 폭을 넓게 하는 데에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괜한 걱정으로 해부실습을 가기를 주저하는 친구들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고민할 때 같이 가자고 자신 있게 권해준 치영이에게 고맙고, 이런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하다. 교환학생의 기회가 더 많아져 앞으로도 더 많은 학우들이 각자의 값진 경험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20141013 김신일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공부하고,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친분을 쌓는 일은 상상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다. 우리 학교도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입학 전부터 우리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보고 알고 있었다. 항상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행정실에서 큐슈 의대 해부학 실습 교환학생 모집 요강을 붙이자마자 지원서를 썼고, 운 좋게 경쟁을 뚫고 붙게 되었다. 사실 해부는 이미 예과 때 다 공부를 한 것이지만, 나에게 해부를 했던 예과 2학년 2학기는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처음 이곳의 의대구나를 느낄만큼 많은 공부량에 힘들었고, 그 와중에 체력적으로 힘든 해부학 실습까지 하려니 몸이 너무 힘들어 제대로 하지 않은 날도 많아 스스로에게 좀 부끄러웠던 날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해부학은 다 공부하긴 했지만 본과에 들어와 임상을 공부하면서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지적 욕구를 많이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을 때 더욱 기뻤다.
학교에서 비행기표와 숙소비를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일본에 체류하는 내내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숙소는 후쿠오카에서 제일 번화한 곳 중 하나인 하카타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가는 시간 이외에 도시를 둘러볼 때 아주 편리했다. 일본 친구들도 하카타역 근처 호텔에서 묵는다고 하니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처음 교수님과 함께 큐슈 의대를 방문 했을 때 느낌은 정말 좋았다. 우리 학교는 오르막길에 있고 대학 켐퍼스 같은 느낌은 없는데 비해 큐슈 의대는 의과대학, 치의과대학, 간호대학만 있는 켐퍼스 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넓고 평지에 있었다. 또 하시모토 병의 하시모토와 같은 의학사에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기리는 비석도 곳곳에 있었다. 해부학 실습은 첫날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처음 실습실에 들어가 자기소개를 영어 또는 일본어로 했는데, 난 중학교때부터 배웠던 하지메마시떼로 시작되는 자기소개를 처음 써먹었는데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친구들보다 호응을 잘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 일단 시설에 놀랐다. 우리 학교에서 해부를 할 때의 기억은 좋지 않다. 한여름에 해부를 하는데 긴 실험복을 입고 토시에 마스크까지 하고 찜통같은 지하실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지독한 포르말린 냄새를 맡으며 해부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학교도 15학번부터는 대대적인 해부학 실습실 공사를 해서 후배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해부학 실습을 하지만 우리학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일본 해부학 실습실은 베드마다 환풍구가 있고 그게 환풍통로로 연결이 되어 바깥으로 빠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포르말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눈도 따갑지 않았다. 또, 우리는 해부를 할 때 교수님이 몇 개의 조를 골라서 잘라서 단면을 보았는데, 여기서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단면을 잘랐다. 이를테면, 머리와 몸통을 자르고, 또 머리는 단면을 보기위해 반을 자르고, 상지와 하지를 분리시키기 위해 자르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 나라와 실습 문화도 조금 달랐는데, 우리는 7인 또는 8인 1조로 다 같이 해부를 하다가 손이 남으면 그냥 보고만 있다가 바꾸고 이런 식이었는데, 여기는 4인 1조로 되어 있고 또 상지와 하지는 동시에 해부를 진행하기 때문에 2명은 머리, 2명은 하지 이런식으로 따로 따로 해부를 했다. 또, 머리는 반으로 잘라 각자 해부를 했기 때문에 남는 손이 없었고 모두가 해부에 계속 참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신기했다. 게다가 해부학 실습실은 공사장을 방불케하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우리 학교는 전기톱 같은건 교수님들이 단면을 자르실 때만 사용하고 그랬는데 여기는 단면을 많이 보고 안의 세부 구조물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 온통 전기톱소리와 망치로 정을 내리치는 소리로 가득 차 흡사 공사장을 방불케하는 소음이 가득했다. 나도 세부 구조물을 보기 위해 정과 망치로 많은 부분을 깨서 보았고, 우리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여러 세부 구조물들을 직접 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저번 학기에 우리 학교에 PBL을 하러 치바 의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만났을 때 영어를 능숙하게 잘 해서 일본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고는 들었지만 의대생들은 잘 하나보다 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여기에 오니 생각보다 일본친구들이 영어가 서툴러서 좀 놀랐다. 그냥 그때 온 그 친구들이 영어를 잘 하는 거였다. 우리조 친구들은 영어 발음을 할 때도 일본식으로 발음을 해서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또 내가 영어로 말하면 잘 못알아들어서 내가 일본식으로 영어발음을 해주고 그래서 겨우겨우 의사소통을 했다. 또 해부학 용어도 우리나라는 영어 용어도 외우고 한자용어도 외우고 순우리말용어도 외우고 이러는데 일본은 일본용어만 외워도 돼서 영어 용어로 물어보면 몰라서 해부학책에서 내가 짚어서 물어보고 그래야만 했다. 그나마 그 중에 제일 잘 챙겨주던 히구치 준이라는 친구가 어떻게 해부해야 하는지 설명 해주면 대충 눈치로 따라서 찾아들어가고 그렇게 했다. 일본은 또 우리나라와 달리 해부학 교본에 해당하는 일본어로 된 책이 있었다. 우리 학교도 학교 홈페이지에 해부학 교본 영상을 올려주시고 수업시간에 틀어주시고 하는데 막상 들으면 까먹고 전날에 공부하고 갔어도 막상 카데바를 보고 그대로 하려니 기억도 잘 안나고 적용도 잘 안되는거 같아서 힘이 들었는데, 일본은 자세히 어떻게 해부를 해야 하는지 교본 책에 잘 나와있어서 그걸 보고 해부를 하는데 참 좋아 보였고 그 책이 탐났다. 나는 일본어를 잘 몰라서 친구가 설명해주는 것만 듣고 했지만 말이다.
첫날에 조원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너무 안돼서 답답해서 호텔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일년 전에 교환학생을 오기 위해서 일본어를 조금 공부해 놓았었는데, 거의 다 까먹었다. 혹시나 해서 쓸모있을까 하고 공부했던 책을 들고 왔는데 다시 복습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걸 공부했다. 많이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나서 내가 아는 일본어랑 영어를 섞어 쓰니 좀 더 대화가 잘 통했다. 일본 친구들도 일본어가 계속 느는거 같다며 칭찬을 해주어서 공부하는데 더욱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일본어로 친구들에게 맛있는 후쿠오카 라면집과 오코노미야끼집을 적어달라고 부탁해서 현지인 추천 맛집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해부가 끝난 점심때는 조원친구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일본에 관한 얘기 한국에 관한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학교 일과가 끝난 후에는 같이 맛있는 일본 라멘집에서 라멘도 먹고, 어떻게 먹어야 일본 라면을 잘 먹는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들었다. 일본 친구들과 같이 먹은 라면은 타이호 라멘, 한국말로 대포라면이다. 후쿠오카는 돈코츠라면이 유명하다. 돈코츠라면은 돼지뼈를 우려서 국물을 내 만드는 라면인데 그중에 제일 대표적인 브랜드는 이치란 라면이고, 일본 전역에 지점을 가지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현지 친구들이 추천해 줬던 대포라면은 이치란 라면과는 좀 달랐는데, 맛을 표현하자면, 학교 앞 밀양 돼지국밥 국물을 5배 정도 농축한 진한 국물에다가 면을 말아먹는 맛이었다. 면의 부드러움 정도도 결정할 수 있었는데, 바리카타는 매우 질김, 카타는 질김 이런식으로 되어있었다. 또, 국물을 남기고 면을 추가할 수 있는데, 그걸 일본어로는 가에다마라고 한다. 후쿠오카사람들은 매우 질긴 면인 바리카타로 항상 먹는다는 일본 친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맛있게 라면을 함께 먹었다. 또, 저녁을 함께 먹은 후에는 마치 김해의 놋그릇을 연상케 하는 일본 이자까야에 가서 같이 술을 마셨는데,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일본 친구들의 설명을 들으며 같이 마셨는데, 신선한 경험이었다.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우리끼리 일본 여기저기를 다녔다. 주로 식도락 여행이었는데, 장어 덮밥, 미슐랭 가이드를 받은 스시집에서의 우마카세 정식, 나가사키에서 먹는 나가사키 짬뽕, 일본 소 와규 맘껏 구워먹기, 일본 국민 버거인 모스버거, 페이스북에서 난리난 철판구이집인 텐진호르몬, 이치란, 잇쏘우, 일풍당, 타이호 등의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라멘집, 면발이 달랐던 우동 등 많은 것을 먹고 다양한 일본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준 학교에 정말 감사하고, 이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20141031 박승준
처음에 지원서를 작성해서 넣을 때만 해도 큰 기대 없이 지원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가지 선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가서 하고 싶은 활동들을 주로 자기소개서에 적었다. 그 후 상당기간 잊고 있다가 어느 날 건너건너 선발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 떠나기 전만 해도 상당히 기대가 되고 걱정도 되었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가보았지만 한 장소에 오래 있는 것도 그렇고 실제로 일본인과 교류를 할 기회는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대화도 해 보고 다른 나라의 의대생, 그 중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나라의 내가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일본 의대생들과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선배들이 적었던 보고서를 보며 해부 이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출국 준비를 했다.
일본에 도착하고 그 다음날, 처음으로 다른 학교 의과대학을 방문하였다. 석대현 교수님과 함께 의대 교정을 돌면서 어떤 건물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어느 도로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는지 등을 설명해주셨다. 그 중에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을 발견하고 명명한 하시모토 거리가 있었는데 단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의학적인 성과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우리학교와 비슷하게 의과대학은 병원 옆에 있어야 하니 본교와는 지하철 2~3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병원이 평지에 있어서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등이 전부 평지에 있던 것 또한 특별하게 다가왔다.
처음에 일본의 친구들과 인사를 했을 때 반응이 참 좋았다. 그리고 해부를 진행하면서 해부실의 환경에 정말 놀랐다. 일본 전국의 의대가 이런 해부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학교의 해부환경만 봐온 나로써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해부실이기에 카데바가 있어 사진을 찍을 수는 없으나 4인 1구로 해부를 진행하고, 환기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어 해부 테이블 가장자리에 환기구가 있어 해부실 특유의 포르말린 냄새가 위로 덜 올라왔다.해부를 하는데 쓰는 도구도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학교의 도구와 달리 끝이 마름모꼴로 매우 뾰족한 핀셋이 있었는데 조원들을 도와 해부를 하는데 참 유용하게 사용했다. 끝이 뾰족하지만 메스만큼 날카로운 것이 아니라서 혈관 등을 찾고 결합조직을 떼어내는데 굉장히 유용했다.
해부를 하는데 결합조직을 거의 핀셋으로 제거해야 했던 옛날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우리학교에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도구였다. 그 외에도 이쪽의 해부 방식에 맞게 정과 망치, 톱, 전기톱 등이 있었고, 다들 자주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전신의 뼈를 전부 연결한 상태에서 근육, 장기, 신경, 혈관의 구조와 앞뒤 연결을 보는 우리학교와 달리, 큐슈의대의 경우 전신을 해부한 이후 부분부분 톱으로 나누어 여러 각도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있는 근육, 신경 등을 확인하고 뼈까지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골반을 해부하고 있었는데 정말 골반부위만 따로 있어서 전에는 깊이 들어있어 확인하지 못했던 다양한 혈관과 신경들을 이번 기회에 주행까지 전부 다 확인할 수 있었다.
해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를 담당했던 교수님도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은 일본의 문화를 조금 더 탐방해 보라고 하셔서 큐슈의 서쪽에 있는 나가사키에도 방문하였고, 그 외에도 일본의 특징적인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였다. 신사에 가보기도 하고, 전통 찻집에서 차를 마시기도 해 보았다. 특정 장소가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일본의 여러 가지 문화는 우리와는 왜 다르게 형성되었는지 등의 배경도 알아가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학번 전체가 환영파티를 해 준 것은 아니지만 몇몇 친구들을 밖에서 보기도 하였다. 비록 선배들이 경험했던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는 올해는 조금 더 적었던 것 같지만 (학번의 분위기 차이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글로는 한계가 있으니 혹 후배가 궁금해 하는 점이 있다면 알려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141055 옥차형
치열한(!) 경쟁을 뚫고 큐슈 의대 해부학 실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년 선배님들의 체험기를 보고 일본 친구들과의 끈끈한 교류와 의대 탐방 등을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갔건만 이번 년도에는 환영 인사는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교류 유무는 일본 친구들의 학번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일본 친구들은 서로가 너무나도 안 친해 보였고 철저한 개인주의로 보였다. 그리하여 우리 인제대학교 실습 팀은 학생들과의 교류보다는 우리만의 일본 문화 탐방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물론 해부 실습 수업을 가장 중시했으며 가장 열심히 하였음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명한 사실임을 미리 밝힌다.나는 후배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인 먹거리를 중심으로 체험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일상의 조각이다. 따라서 이 주제는 이것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시작하기에 앞서 일본에서는 음식점이 금연 장소가 아님을 미리 경고한다. 온갖 사람들이 사방 팔방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다.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 너무 괴로웠다. 각오하고 가시기를 바란다.
라멘 큐슈가 돈코츠 라멘의 본고장이다보니 미소 라멘, 시오 라멘 등 다른 종류는 거의 볼 수 조차 없었다. 나는 '이치란 라멘', '타이호 라멘', '일풍당 라멘', '잇소 라멘'을 먹었다. 이치란 라멘은 가장 전형적인, 베이직한 돈코츠 라멘이며, 타이호 라멘은 더 국물이 진하여 개금 밀양 삼대 국밥에 면을 푼 맛이었다. 일풍당은 두 곳을 먹어봤는데 한 곳은 너무나 심심했으며 한 곳은 너무나 짰다.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 잇소 라멘은 더욱 진하고, 묵직하며 깊은 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잇소, 타이호, 이치란, 일풍당 순으로 맛있었다. 이치란 라멘은 봉지 라면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기념품으로 한국에 사 들고 오기도 좋을 것이다. 나 역시 그리 하였으며, 방금 끓여 먹어보니 의외로 잘 구현해 낸 맛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스시일본을 왔으면 한번 쯤은 스시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스케일 크게 비싼 집으로 한번 사치를 부려 보기로 했다. '야마나카 스시 본점', 무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음식점이었다. 우리는 주방장이 알아서 자신 있는 메뉴를 내놓는 오미카세 세트를 먹었다. 가격이 5000엔 이상이라 적혀 있어서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 만엔을 넘어가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먹고 보니 5400엔 정도가 나와서 안심이었다. 확실히 차원이 다른 맛이기는 했다. 하지만 나의 음식관은 맛이 일정 퀄리티를 넘으면 양을 더 중시하기에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괜찮은 경험으로서 추천하는 바이다.
고기'카와미야 함바그'라는 곳을 갔다. 고깃덩이를 조금씩 뜯어 뜨거운 돌에 익혀 먹는 곳인데, 먹는 과정에서의 이러한 즐거움이 풍미를 더했다. 밥과 샐러드 무한리필이라서 행복했다. 한참을 줄 서서 먹어야 했는데 모두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매우 맞는 맛집이라는 소리이니 한번쯤은 가보시기를 바란다.
'타규(多牛)'라는 소고기 집도 갔다. 맛집이다 보니 예약해서 먹어야 하는 곳이다. 고기는 항상 옳은 것이니 맛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고기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풍부했다. 다만 돈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지 모두가 음료수를 적어도 하나씩은 시켜야 했고, 불판을 바꾸는 것에도 돈을 받았다. 그리고 환기 시설이 참으로, 매우 미흡했다(하나도 안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따라서 연기로 가득 채워진 좁은 공간에서 눈물 흘리고 기침하며 고기를 입에 끌어 넣어야 했다. 그래도 혀는 즐거웠다. 이것은 보장할 수 있다. 가격도 나름 괜찮았다.
기타하카타 역의 '톈진 호르몬'도 맛있다. 곱창과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한국과는 다른 곱창 맛이라 흥미로웠다. '모츠나베'라는 곳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 친구들이 하도 추천해서 가기로 했으나, 묘하게 나의 본능이 그곳에 가는 것을 말려서 나는 혼자 맥도날드를 먹었는데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맛없다고 한다(개인 차가 있을 수 있으니 모험하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다). 마지막으로, 만약 다자이후 텐만구를 간다면 입구에 있는 매화빵은 먹지 않기를 바란다. 더 안에 있는 매화빵이 맛나다. 또한 나가사키의 운젠시로 관광을 간다면 제일 처음 있는 음식점에서 오므라이스는 먹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차라리 나가사키 짬뽕을 얌전히 드시기를.책 안의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어진 시야를 얻고 공부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학장님, 교수님, 관계자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20131067 이치영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본과 2학년이 끝나고, 일본 큐슈대학교 해부 실습을 가게 되었다. 해부... 나에게 해부 실습이란 친근하면서도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큐슈대학교 해부 실습에 지원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비록 한 마디의 일본어조차 이해할 수 없으며 해부를 아주 좋아하지도 않지만, 다른 나라의 의과대학 학생들은 어떤 수업을 받으며,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풀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지원하였다.
규슈의대 해부 실습에서 나는 여러 번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예상했던 해부 실습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해부 실습의 모습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제 본과 3학년이 되기에 지식이 늘어남으로 인해 과거 아무것도 모르고 해부하던 때와는 좀 더 색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막연히 다방면에서 선진국인 일본의 해부 실습이라는 선입견에 잡혀있었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을 수도 있다.
해부 실습실에 들어갔을 때, 내가 예상했던 포르말린에 찌든 냄새라던지 카데바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아서 상쾌했다. 그리고 해부 실습을 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이고 색달랐던 점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하나의 카데바로 해부를 하였는데, 카데바를 정확히 4등분으로 잘라서 자신이 맡은 부분의 해부는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책을 참고하여 스스로 행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점 역시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만 교수님께 여쭤보는데, 교수님조차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 수준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고난이도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정말 해부 그 차제가 목적인 해부를 하였다. 우리의 해부 실습은 어떤 혈관을 찾고, 근육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보고, 장기들의 위치는 어떻는지를 보는 것과 같이 특정 구조물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목적이 이들은 정말 인체의 구석구석을 해부하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그 구조물이 무엇인지 그제서야 알아보기 시작하는 식으로 해부 그 자체가 목적인 해부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카데바와 그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행하지 않았던, 인체의 모든 부분을 해부하였다. 이 과정이 카데바와 그 유족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잔인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인체의 모든 부분에 대해 학습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우리가 너무 보수적인 틀에 갇혀 해부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번 해부 실습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으며 일본의 의대생들과 서툰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듣게 된 그들이 가진 미래 계획, 공부 하는 동기 등 작은 것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큰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해부 실습을 통해 보고 배운 경험들이 앞으로 내가 지향하는 의사의 모습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