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5.15 18:19visibility 230
본과 1학년 혈액과 종양 과정 중에 일본 치바의대에서 온 교환학생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전부터 외국 학생들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 하는 걸 매끄럽게 연습하고 싶었던 것도 있어서 일본학생들과 같은 조에서 PBL을 했었습니다. 같은 조에 일본인이 들어와 함께 PBL을 했는데, 그 친구에게 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의 교육이 굉장히 신기했고, 그걸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규슈의대 해부실습에 꼭 지원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게 되었고, 다행히 선발되어 규슈의대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과2학년 때 해부학 과정을 할 때, 교수님께서 관찰해야할 것을 일러주시면 찾고 확인하는데 급급했던 반면, 이번 해부실습을 갈 때는 본과1학년을 거치면서 배운 여러 내용들을 모두 다 복습해 보고 싶었던 욕심이 컸습니다. 인체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우리 학교의 방식에서 볼 수 없어 확실하게 머리속에 정리되지 않았던 skull의 안쪽 부분, 그리도 무작정 외우고 넘어갔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던 pelvis의 내부 등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규슈의대 해부학 교수님인 진노교수님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해부실은 인제대학교 해부실과 다르게 포르말린 냄새가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사하기 전에 앞에서 매우 궁금해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하기에 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각 조를 소개받고 제게 늘 잘해주었던 치히로, 징, 히로, 히데, 이 네명의 조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만히 살펴보았습니다. 시신의 발 부위에 냄새를 빨아들이는 suction system과, 떼어낸 장기를 하나하나 나눠담아 밀봉해두는 점이 그러한 차이의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또한 개인소유인 해부앞치마, 머리두건, 장화등도 개인락커룸에 관리한다고 하였습니다. 해부실습이 끝날 때 보니, 시신 위에 에탄올을 물뿌리개로 뿌려 한번 더 고정시키면서 시신의 부패를 다시 한번 방지하는 방법도 심한 냄새를 방지하는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학생들이 해부학을 공부하는 시스템도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6개월간의 긴 해부학 실습 기간 동안 두명이 같은 조가 되어 움직이는데, 긴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우리 조에서 보지 못한 부위를 다른 조에 가서라도 꼭 보게 되어 해부실습을 하면서 관찰해야 할 모든 부위를 빠뜨리지 않고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교수님이 해부하는 동안 계속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해부실습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책에 적혀 있는 대로 각자 알아서 진행한다는 점이 소란스러운 해부실습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조에 있던 일본 친구들이 해부실습 책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깜짝 놀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책에 '시신의 눈 부위를 이빨로 물어뜯어라'하는 부분이 나와서 그랬다고 해서 이 책의 어마어마한 세세함에 대해 피식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놀라게 되었습니다.
해부 첫날 저녁에는 규슈의대에서 우리를 반겨주기 위해 Welcome party를 열어주었는데, 게임을 하고 벌칙을 받는 과정이 우리나라 게임과 상당히 비슷해서 일본사람들과 게임에서 이기고 지고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해부실습 뿐만 아니라 Jino's lab tour라는, 해부학교실에서 하고 있는 연구를 둘러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본 해부학 교수님이신 진노 교수님께서 연구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장비들을 보여주셨는데, 예전에 교과서에서만 보고 듣기만 했던 여러 기구들을 보니 신기했고, '이런식으로 여러가지 연구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구뿐만 아니라 연구실이 굉장히 넓고, 여러 개라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규슈에서 2주간 있으면서 많은 일본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과 함께 일본에 단순히 배낭여행을 와서는 체험할 수 없었을 일본 재래시장에도 가보고, 포장마차에도 가보았습니다. 또 친구들과 함께 간 다자이후와 온천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하나로 남았습니다.
2주간의 일본 교환학생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떻게 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정이 들었는지 눈물이 나올 뻔하다 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떠오르고, 미처 같이 이야기를 많이 못한 친구들에 대한 아쉬움도 컸습니다. SNS주소를 주고받으면서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당장 헤어지는게 아쉬워 일본에서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카타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 후에 시간이 남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직접 우리가 가는 걸 보기 위해 오후수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까지 나와준 일본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배를 타고 오면서 일본에서의 추억 하나하나를 모두 곱씹으며 마음같아서는 배를 돌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규슈 의과대학 해부실습체험은 모든 후배들, 동기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경험이었고,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남아있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규슈의대 해부실습이라는 좋은 기회를 주신 이병두학장님, 석대현교수님, 교학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