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8.08.17 13:39visibility 241
본과 1학년 말 쯤 규슈의대로 해부 실습 교환학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예과 2학년 2학기때 해부실습을 하였지만 한번 한다고 해서 다 아는 것도 아닐뿐더러 공부를 하면서 해부학적 구조를 알아야 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지원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동기들과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적은 오랜만이었고, 특히 외국의 의과대학에 가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설렘을 가득 안고 출발하였다. 첫날 저녁 늦게 도착해 간단히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도착한 다음날부터 바로 해부실습에 참여하였다.
실습에 참가하는 첫날 담당 교수님이 우리를 소개하셨고, 우리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였는데 앞에 자기소개를 한 두 친구가 일본어로 너무 소개를 잘 하여서 딴짓을 하고 있던 일본학생들의 이목도 집중시키는데 성공하였다! 6명 각자 한명씩 각각의 조로 분산되었고, 나는 우리 조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실습에 참가하였다. 각각의 조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는데 우리 조의 경우에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설명해주는 한명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다. 반면 조원들이 적극적으로 먼저 말도 걸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조도 있었다. 나중에 친해진 일본 친구들 말에 의하면 다들 영어를 잘 하는데 외국인과 영어로 말하는게 shy해서 라고 하니 먼저 말을 많이 걸어보는 것도 좋은 듯 하다.
규슈의대는 우리 학교와 해부를 하는 방식이 상당히 달랐는데, 우리는 최대한 구조물을 살려놓고 전신의 혈관과 신경의 주행, 근육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보았다면, 규슈의대는 구조물을 확인하고 나면 과감히 다 잘라내어 더 깊숙이 위치한 구조물을 관찰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 학교에서 실습을 할 때는 골반을 자르지 않았고, 귀와 눈의 깊은 구조를 관찰하지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골반 뼈를 대칭으로 잘라 안의 구조물을 다 관찰하였고 두개골을 반으로 잘라 내이의 구조를 관찰하고 눈도 양쪽 모두 자세히 해부하였다. eyeball 까지 잘라 안의 방수, lens, ciliary muscle 등등 자세한 구조물까지 꼼꼼하게 모두 확인하였다.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그때그대 망치와 정을 들고 뼈를 자르기도 해 꽝꽝거리는 소리가 실습실안에 자주 들렸다. 또 우리 학교에 비해 냄새도 덜 났고, 바닥이 매우 깨끗하였고 전체적으로 환경이 쾌적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틀라스(해부학 교재)와 해부지침서도 조마다 한권씩 있어 해부하면서 바로바로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고, ‘~를 자르면 ~이 보입니다‘식으로 해부하는 방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서 해부하는데 상당히 편리하였다. 한국에서 해부를 할 때는 구조물을 최대한 살려 전신 혈관, 신경의 주행을 관찰해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었다면, 규슈의대에서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깊은 구조물을 하나하나 모두 관찰할 수 있어서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두 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해부실습을 할 때를 제외하면 우리끼리 시내를 구경하거나 일본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친목을 도모하였다. (우리는 후쿠오카 시내에만 머물렀지만 기회가 된다면 후쿠오카는 시내보다는 시외로 나가 유후인이나 나가사키등 다른 도시들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친해지고 나서는 사소하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는데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 관광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궁금했던 점처럼 여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부터 규슈의대 학생들의 스케쥴과 커리큘럼 비교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이번 실습 프로그램에는 교류의 목적도 있으니 먼저 다가가서 말을 많이 거는 것을 추천한다.
2주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머물렀는데 후쿠오카에서의 생활에 적응이 좀 되려고 할 때 한국에 돌아와야 해서 여운이 굉장히 많이 남았다.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해부학을 다시 review 할 수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외국어 공부를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 다른 나라의 의대생들의 생활과 일본 의사들의 삶에 대해서도 조금 엿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여러 측면에서 느낀 점이 많았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