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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의과대학 해부학실습 수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8.08.17 14:08 235

 

정신 없었던 본과 1학년 과정을 끝내고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고도 싶고, 다시 해부학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는 큐슈(九州)의대 해부실습 공고가 떴을 때 망설임 없이 지원을 하였다. 해부실습 교환학생으로 선발이 되고나서 후쿠오카로 떠나기 전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실습이 시작되기를 기다려왔다. 어두워져 가는 비행기 창 밖 풍경을 보며 문득 혹시 의사소통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출중한 일본어 실력을 갖춘 친구들과 한 팀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든든하였다.

큐슈의대에서의 첫번째 해부실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재작년,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해부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큐슈의대의 해부실습실은 포르말린 냄새조차 거의 나지 않았다. 또한 큐슈의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해부실습복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대부분 개인적으로 실습복, 장갑, 마스크 등을 구입하여 사용하였으며 해부 도구들도 학생들 모두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녔다. 열심히 연습했던 일본어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 후, 우리 6명은 각각 다른 조로 나뉘어 배치되었다. 나는 27조로 배치되었는데, 조원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고 어떤 일본 친구는 한국말로 “만나서 반가워~” 라며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 주었다. 조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카데바를 봤는데 카데바가 여러 개로 잘려 있는 것을 보고 깜작 놀랐다. 특히 머리부분과 골반부분이 정확히 반으로 잘려 있어서 내가 전에 해부할 때는 보지 못했던 안쪽 면을 다 볼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잔인하다는 느낌도 스쳤다. 그 뿐 아니라, 우리와는 다르게 장기들을 다 한꺼번에 다른 공간에 모아서 보관했다. 그래서 장기들을 보고 싶을 때 바로바로 볼 수 없었고 상자에서 꺼내는 번거로움 때문에 매번 보여 달라고 하기가 조금 미안하기도 하였다.

 

해부를 하는 방법도 우리와는 매우 달랐다. 예과 2학년 해부실습 때는 조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핀셋으로 스키닝에 집중하여 항상 신경과 혈관을 살리려고 했었던 반면, 일본학생들은 뼈의 구조와 근육을 조금 더 중요시 하는 것 같았다. 따라서 같이 해부를 하다 보면 일본친구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매스와 핀셋보다는 망치와 가위를 더 자주 사용하였다. 같이 눈 부위를 해부할 때 섬세하게 신경들을 끊지않고 해부하는 나를 보면서 일본 친구들이 “오…스고이” 라고 칭찬 해주던 기억도 난다. 또한 일본학생들은 조별로 반반 나뉘어서 반은 오직 상지해부, 반은 오직 하지해부를 한다. 심지어 다른 부위를 해부하고 있는 조원들이 어디를 해부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효율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직접 해부를 안 한 부분이 반이나 되기에 공부를 할 때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부만 한 것은 아니다. 해부실습이 끝나면 우리 6명은 모여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하여 계획을 짰다. 큐슈(九州) 섬에 머무는 2주 동안 이곳저곳 탐방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년에 이 실습을 갈 후배들에게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음식 두가지가 있는데, ‘멘타이코 오므라이스’와 ‘모토무라 규카츠’는 4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도 꼭 한 번 먹어보기 바란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도 맛있었지만, 큐슈대학 학식도 꼭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학교 식당 ‘다인’과는 다르게 뷔페식당처럼 각자가 원하는 메인메뉴와 사이드메뉴를 마음껏 담고, 담은 개수대로 후불 계산하는 것이 신기하였다.

큐슈의대 학생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 6명과 각각의 조원들 모두 함께 후쿠오카 시내 번화가인 텐진(天神)으로 자주 돌아다녔다. 따뜻한 마음씨의 일본친구들은 우리에게 후쿠오카 문화를 알려주려고 노력하였고, 후쿠오카의 대표 음식점들도 소개 시켜줬다. 일본친구들은 우리들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우리의 학교 동아리 활동과 학기 일정, 학교주변 맛집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본에 머무는 2주동안 큐슈의대 학생들과 마치 오래 알던 친구처럼 가까워질 수 있었다. 곧 부산으로 놀러 온다는 일본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도 하였고, 여러 친구들과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큐슈의대에서 해부실습을 하면서 보낸 2주는 아마도 나의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예과 2학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힘들게 해부를 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나마 조금 더 공부를 한 본과 1학년을 마치고 다시 해부실습을 하게 되니 복습도 되었고, 전에는 자세하게 관찰하지 못한 부분들을 여유롭게 공부 할 수 있었다. 또한 일상생활에 유용한 일본어 관용표현들도 배울 수 있었다. 끝으로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볼까 고민하는 학생들은 부디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기를 바란다. 분명히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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